그레비티영화를 봤다
우주에 환자 있는 기분.
무한자유의 공간에서 무서울까? 자유로움에 감동일까?
그런 문제는 그렇다치고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죄덩어리인지
문득 파리와 모기에게도 미안했다.
모든 생물이 자연에서 나서 자연을 취하고 자연으로 사라지는데
인간만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이제는 저렇게 우주공간에까지 가서 나사를 버리고
기계를 부숴버리고하는구나.. 정말 더 큰 무엇이 있어서 우리를 본다며 우주의 해충이 인간만한 해충이 없겠구나 이녀석들 잡아죽여아지 하며 파리채로 인간을 하나하나 잡아죽이는 것은 아닐까..
이 부끄러움. 내가 아무리 착하게 산다한들 해충같은 이 짓거리하는무리에서 얼마나 벗어나겠는가!
그저 소박하게 간소하게 살다갈 일이다.
크고 원대한 꿈을 원한다면 이 우주의 원대함을 헤아리며 그저 제일 작은 티끌로 사는 것이 가장 원대한 꿈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며 이철수엽서를 넘기고 있는데 머루의 대답이 나의 생각을 덧칠해준다.
인간의 눈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얼마나 자기본위적이며 얼마나 어리석은지..
아무리 잘나도 우리 모두 원죄덩어리. 나이들어감에 내 자리를 볼 수록 자꾸만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내가 작은 사람임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아들이 캠프간단다.
새벽에 둘째 기숙사 데려다 주면서 혹시나 몰라 용돈 만원지페 한장 화장대 위헤 올려놓고 나왔다.
다시 집에 도착하기전에 아들이 학교를 가야하는 상황, 중간에 전화로 엄마 용돈은..하고 말을 흐린다.
어, 혹시 네가 필요할까 싶어서 화장대위에 만원권 지폐 하나 두고왔는데 그거 용돈으로 필요하면 가져가.
했더니 와 엄마 이쁘다 한다. 이눔시키, 립서비스만 발달하는거 아닌지...근데 아들이 엄마 이쁘다 하니까 왜 그리 마음이 설레는지.. 참 이쁘다는 단어가 이렇게 좋은 느낌 생산공장이었어? 아침부터 이쁘다는 말들으니 좋다.
어제 새벽3시 안나가 브론스키를 만났다. 처음 마주치고 끌림을 느끼며 당황스러워하다 안나가 집으로 떠나자 역에서 마주친 브론스키. 당신이 있는 곳에 있기위해 왔다는 브론스키의 그 말에 허걱, 내가 숨이 막혔다. 아줌마가 되어서 읽는 안나카레니나, 이거 완전히 또 다른 일상을 만나는 기분이다. 이 사람들의 마음, 행동, 생각들. 12월 독서모임책이라 지금부터 읽기 시작해야한다. 너무 두꺼워서, 두꺼운 책이 세권,, 짬짬이 읽고 12월에 연애이야기로 톨스토이를 만나 한해를 보내야 할 것같다.
내가 있는 시간적 공간적 위치적 자리가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해주는가? 채털리부인의 사랑이나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등의 이야기는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숨막히는 로망이요 숨막히는 잠깐의 꿈이다. 이렇게 흔들려보고 이렇게 숨막혀보고 이렇게 외도해보고 이렇게 가슴을 열어보고,, 멋진 40대 후반의 반란이다. 재미있다.
라디오에서 김성호의 회상이 들린다. 가을 어느 버스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울어버렸던 20대의 내가 보인다. 이제는 이런 모든 노래가 슬프기보다는 왠지 모를 미소 속에서 만난다. 내가 문득 웃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움찍한다. 슬픔은 어디론가 언덕 넘어 가버리는가 보다.. 그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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