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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1014분갈이 돌 선희전화

by joyljs 2013. 10. 14.

오늘 아침 부터 이상하게 풀들이 눈에 보였다.

분갈이를 해주거나 분양하려고 물에 담아 둔것이 눈에 띄고..

그래서 사부작사부작 뿌리 나온 녀석들을 빈 화분에 흙을 담아 하나둘셋 자신의 땅을 만들어주고 물을 주었다. 서툰 내 솜씨에 모두들 죽지않고 잘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문득 고개를 돌려 내 방에 있는 분재를 본다.

올 가을엔 흙 갈아준다고 마음 먹었는데 아직도 내가 그러헥 하지 않고 있다.

기다려. 꼭 해줄게. 저녀석 만난지 십수년이 되어가는데 분갈이 한 번 안 해주었으니 미안함이 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흙으로 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맺어져 살고 있다는 이 뻔뻔한 확신때문에 잘 살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올겨울은 잘 지낼 수 있을거야. 이쁜 나무.. 고맙다.

 

분갈이 하다가 누군가 주워다 놓은 작은 돌을 집어들었는데 평화가 느껴졌다.

공기돌보다 조금 큰 것이 나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평화를 주는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당분간 내가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오늘도 종일 주머니에 넣어 조물락거리며 만지작였다.

이게 무슨 부적마냥 내가 만지작이면 내 산만한 마음을 모아준다. 헐 이녀석 뭐지? 내가 잊어버리고 그저 만만한 사물로 보고 데리고 다니기를 잊어버릴 때까지 함께 해 볼 생각이다. 문득 어릴적 소정이가 돌 키운 마음이 이거였나? 돌이랑 이야기도 하고 세수도 시켜준 마음이 이거였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내게는 작은 돌맹이 친구 하나가 생겼다.

 

선희가 전화를 주었다. 박사 논문 쓴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엄살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한다. 예전에 큰집에 갔을 때 그 집 아주머니가 나는 무얼 하든 잘 될거라하고 자기한테는 사는게 좀 힘들거라고했단다. 그말이 가슴에 남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나는 기억 나지 않는 말이긴하고 선희는 가슴에 꽂혀서 평생 기억할 만한 말일 수도 있을거 같다. 살면서 무심코 들은 이런 말들이 평생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아픔이 되기도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런가보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과거를 등에 어깨에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가끔은 어깨를 털고 등을 털어 버리며 살아야겠다. 지난 시절 내게 남들이 얹어 주었던 그런 돌덩이들, 짐들을 내가 무겁게 지고 가며 살 이유가 없다. 그들도 돌인지 모르고 얹어준것이고 기억조차 못할 일인데 내가 왜 그런 것들을 이고 지고 있어야하는가. 어짜피 그건 형상 없는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한 것 아니겠나. 그런거 받지말아라. 주어도 받지 않으면 그 사람몫이라 했더니 그럼 그 사람 아프지않냐, 내가 아픈게 낫지 남 아프게 하는 것은 못하겠다는 선희의 답이 돌아왔다. 그걸 내가 받지 않는다고 그걸 그사람이 지고 있을리 조차 없다. 왜냐면 내가 만든 짐이니까. 여기까지 말하기에는 때가 아닌거 같아서 그냥 듣고 말았다. 선희가 또 다른 그런 유사한 돌이 있다면 강가에 가서 툴툴 털어버리고 가벼워지기를 빈다. 선희가 가벼워야 그런 말 듣는 사람도 가벼울 것이니. 이 우주가 가벼울 것이니..

 선희가 열심히 잘 산다. 불도저마냥 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산다. 씩씩한 모습이 가끔은 부럽고 또 가끔은 진짜 그 애가 만족해하는 것 같지 않아 뭔가 개운치 않기도 했었다. 어쩌면 이런 기운들이 내게 저 밑바닥에서 전해져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행복하게 즐겁게 씩씩하게 사는 선희에게 기립박수를!

 

남편이 제주도로 일하러 간단다. 다른 나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다녀봐도 제주도는 못가본 남자. 올해는 꼭 제주도 가자고 했는데 일하러라도 가게되었다. 축하한다 하니 웃으면서 설렌다 한다. 남편 일하는 시간의 사정봐서 온 가족이 한번 무리하게 나들이를 하고와야겠다는 결단이 내게 선다. 돈을 어디서 덜어내지? 좋은 시간 되도록 꼭 궁리를 해서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게 인생이다. 말이 씨가 되기도 하고 바램이 현실이 되기도 하고 또는 틀어지는 묘미도 있는. 그래서 삶은 재미있다.

 

오늘 산부인과에 갔다. 정기검진 때 염증이 있어 다시 오라기에 갔는데 약간의 염증이 있다며 약을 먹으란다. 사실 이런 약은 먹지않고 항상 무시했던거 같다. 오늘도 약봉지를 보며 이걸 우짜지 하는 마음이 든다. 몸은 알아서 왠만한건 조절하고 이겨내고 하던데.. 이번주와 다음주는 조금 한가로우니 몸도 편하면서 자가 치료안하겠나! 내일부터는 운동을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좀 걸어야겠다. 산을 가고 싶었는데 충동적일까봐 그냥 러닝머신에서 살살 걸어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이 나를 들여다보며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시간이 벌써 기대가 된다. 좋은 나만의 시간이 되리라. 집 근처에 저렴한 시설이 있어서 감사하다.

 

준영이가 또 돼지국밥을 사달란다. 본의 아니게 외식이다. 돼지국밥 정말 좋아하지... 그 집 깍뚜기를 엄청 좋아하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