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해가 산등성이에 걸리면 산골짜기를 따라 노을이 차 오른다.
우리 아들이 어제 사온 홍시같은 노을이 차 오르면 나는 한 없이 혼자가 되는 기분이다.
이 순간이 내겐 눈물나도록 좋은 시간이다.
사실 해가 산등성이 넘어가기 한두시간 전에 사선으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거실 벽에 부딪힐 때부터 나는 표현 할 수 없는 감사와 행복감에 젖어 들기 시작한다. 어떤 친구는 이 시간을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거워서 싫다고 했다. 무기력해지고 왠지 서글퍼지고 또 가끔은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다. 세상과 섞인 모든 감정에서 오롯이 나만 남는 듯한 외로움 같은 것이 가슴에 가득차서 이쁜 홍시 닮은 노을이 짙어졌다 어둠속에 녹아들고 오로지 산과 하늘만이 뚜렷한 경계를 보일때 문득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니 어쩌면 비슷한 그 느낌의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서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사선 그으며 들어온 햇살부터 어둠이 선명해지기까지 그 시간이 내겐 행복한 시간이요 고속도로를 조용하게 달리고 싶은 시간이다.
지금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창 밖으로 홍시처럼 익어가는 노을을 보고 있다. 가을의 산뜻한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고 둘째아이가 피워준 향이 문지방 앞에서 하얀 재를 만들며 서있다. 문득 어지러운 기운으로 이름모를 화가 오르고 있었는데 향을 맡고 노을을 보며 화를 마주하고 있다. 별거 아닌 놈이 나를 흔들려고 한 것 같아 피식 웃으며 보내고 있다. 가끔씩 저쪽에서 묻어온 불쾌한 어떤 것이 이곳에서 화로 울컥 업그레이드 되어 내 안 어디선가 스물스물 기어 나오려고 할 때가 있다. 그 화가 나인지 내가 화를 내는것인지 모를 정도로 욱하다가 허, 이 놈이 어디서 왔는고 하고 물어보면 그 녀석이 고개를 숙이고 뭐라 변명하면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 노을을 바라보는 아무 생각없는 내가 된다. 그 평온함 아니면 멍청함..
엊그제 스타벅스 이용 카드를 받았는데 내가 자주 갈 기회가 없어서 큰아이에게 준 적이 있었다. 이거 얼마 충전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이거 가지고 가서 커피한 잔 해 하며 건네주었는데 딸이 잠시 후에 다시 내게 건네주었다. 엄마 안에 오천원밖에 없어서 내가 만원 다시 충전 더 했어오 친구분하고 차 한 잔 하세요 한다. 오천원가지고는 친구와 차 한 잔 할 수 없다며 자기가 더 충전해서 다시 내게 준 것이다.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 며칠 동안 문득문득 그 순간이 떠오르며 행복하다. 우리딸 정말 이런 센스를 어떻게 키운거지? 우리 딸은 평생 돈걱정없이 잘 살것같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돈 씀씀이를 가졌으니 그 좋은 순간들을 우주가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랑 커피한 잔 하러 갈까나?
노을은 사라지고 수영교에 네온사인이 들어와 이쁜 색으로 변하며 놀고 있다. 가만 쳐다보면 슬그머니 분홍색으로 연두색으로 오색으로 변하는 것이 재미있다. 매일 시민들의 세금으로 저런 이쁜 짓을 하는 것일터인데 과연 몇명이 저것을 즐길거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며 눈을 뜨고 가로등이 장신구마냥 매달리고 네온사인이 빛나는 이 순간들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내게 있어 감사하다. 이쁜 저녁이다.
어제 늦은 밤에 준영이에게 얼른 자라고 일렀더랬다. 알았다며 내게 재롱 피우더니 자기 방으로 가서 나는 이 녀석이 자려니 했다. 그러다 방문을 나서는데 오락기 가지고 놀다가 내가 나오자 얼른 숨긴다. 왜 숨길 짓을 하느냐며 나무라니 '알았어요' 하는데 '그 말이 알았어요 그럼 대놓고 할게요'로 내게는 들렸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들리는데 그런거냐니 순간 자신도 그렇게 의미를 두고 화를 섞어 말을 했는지 잠자코 있다.
아들이 돌아간 후 곰곰이 생각했다. 자고 안자고는 지 몫이고 게임하고 안하고도 지 몫인데, 몰라서 저러는 것도 아니고 알면서도 저러는 것인데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길 바라는가보다. 그건 내 욕심이기도 전에 두려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시절, 아들이 나쁜 습관에 젖어들까봐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건 아들의 것이 아니고 나의 것이었다. 아침에 아들을 불러 나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 맘대로 움직이라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말을 했다. 가끔 엄마는 또 불안해서 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지도 모르지만 어제 엄마가 충분히 나를 돌아보니 그 두려움은 얼추 없어진것같아서 자주 그러진 않을거지만 혹여 그러더라도 엄마가 두려워서 그러는구나 하고 니가 이해해주면 고맙겠고 엄마도 곧 나의 두려움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겨낼거니까 맘 상해하진 마라 했다. 우연인지 친구가 아침부터 전화해서 집에서는 마우스가 되지 않아 그러는데 같이 피시방가자고 전화를 해왔다. 준영이가 안간다고 나는 가기 싫다고 하면서 졸라대는 친구의 청을 뿌리치는 모습을 보며 나의 두려움이 역시 어리석구나 하는 것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아들이 자기의 삶을 잘 살아낼 것이라는 것을 다시 믿어보며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내게 일러주었다. 고마운 아들.
까만 밤에 불빛들이 아름답다. 하늘에 별도 빛난다. 아름다운 어느 가을날의 행복한 일상..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31014분갈이 돌 선희전화 (0) | 2013.10.14 |
|---|---|
| [스크랩] 중학생 독서모임 (0) | 2013.10.14 |
| 20131012 (0) | 2013.10.13 |
| 20131011 (0) | 2013.10.11 |
| 20131010 (0) | 201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