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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1008 비와 허브차

by joyljs 2013. 10. 8.

비가 오고 있다.

태풍이 오고 있단다.

올해는 그다지 태풍 소식이 없더니.. 별일 없이 지나가는 태풍이었으면 좋겠다.

여기는 아직 괜찮지만 북쪽에는 곧 추위도 닥쳐올텐데 태풍으로 피해가 나서 고생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비가 오니 나는 좋다.

빗소리를 들으면 만사가 내 마음에서 내 손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산에 가면 잠이 오고

바다에 가도 잠이 오고

빗소리를 들으면 멍해지는 걸 보면

어쩌면 나는 자연에 무방비상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면 자연을 만나면 그 본위로 돌아가 일체가 되어 나를 잊는 것일게다.

나를 잊었을 때가 어쩌면 가장 나 다운 것이 아닐까.

내 생각들

내 욕망들

내 상념과

내 추억들 조차도 나에게 덧 씌워진 덧 입혀진 또는 물든 인위적인 것인지 모른다.

가끔 멍하니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멀리 어디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에 젖어들면 그 순간 나라서 즐거움이 일기도 한다. 비가 오고 비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에 난 지금 행복하다.

 

허브 차를 내렸다. 오랜만에 마시는 차다. 차 한잔 한가로울 새 없이 그렇다고 위대한 업적도 없이 바빴던거 같다. 차가 맛있다. 어느 들판에 피어있던 꽃인지 모르겠다. 어느 하늘 아래 태양을 받고 자란 무슨 풀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뒤섞인 꽃과 풀을 말린 것을 뜨거운 물에 내려 마시고 있다. 좋다. 이 풀을 키운 태양도 바람도 땅도 비도 그리고 섬세한 누군가의 손길도 감사하다. 가만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오래도록 생각을 거기에 놓아두면 감사와 감탄의 뜨거운 것이 저 가슴 속에서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처음부터 있어왔던 그 무엇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대상이 내게 무언가를 전해주는 것 같기도하고 나도모르는 내가 나 모르게 그 대상과 데이트하는 것같기도 하다. 오래보아야 이쁘고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 너머의 그 무엇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빗물소리와 허브차가 수채화같다.

 

선잠에 꿈을 꾸었다. 집단 상담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내가 보였다. 새로운 경험을 앞두고 내가 신경을 쓰고 있나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부담을 갖고 있어서 그런게 아닌지.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들으려하고 나의 판단을 솎아내며 그 사람을 온전히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보였는데 그다지 편하지도 않고 행복해보이지도 않았다. 아직은 버거운게다. 나를 버리고 타인을 온전히 집중하여 그대로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는 내게 심취해있어서 제대로 누군가를 있는대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내가 보고 있는거 자체가 그대로 보이는것인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거다. 나는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저 사람은 저 것은 원래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필터가 아닌 그대로의 그모습은 어떤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사람이 왔다. 내 생각에서 벗어나 저 사람과 만날 시간이다.

 

남편이왔다.

맥주 한잔 했다.

평화롭다.

남편도 그렇단다.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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