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동안 바지 허리가 커서 흘러내리는 것을 그냥 입었다.
수십만원을 주고 산 바지라서 허리 줄이다가 스타일 변할까봐 그냥 입었더랬다.
그러다 올해는 안되겠다싶어서 옷수선집에 들고 갔다.
올가을은 허리에 옷을 맞춰입자.
맨날 옷에 허리 맞추느라 버거웠는데..
그래서 바지 하나를 더 추가해서 들고 갔더니 방에서 입어보란다. 치수를 정확하게 재야한다고.
그래서 바지를 입었더니 허걱.
주먹 두개정도 들어가던 바지가 약간 헐렁한 정도로 몸에 맞는다.
어쩐지 몸도 무겁고 다리도 무겁고 하더니.
기껏 줄여봤자 1인치정도라는데.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수 년간 나와 함께하던 바지에 드디어 허리가 맞아가기 시작한 거다.
그런데 왜 순간 당황스럽고 올것이 왔구나 싶고 순간 책망도 하고싶던지.
좀 입어보고 정 커서 그렇다 싶으면 다시 가져오겠다며 바지를 수선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래서 오늘 당장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차일피일 미루고 내일부터 할 까 하고 있었는데
바지 덕분에 오늘 당장 운동을 시작했다.
참 고마운 바지 사이즈.
점심시간에 준영이 담임샘이 전화를 주셨다.
혹시 준영이 아침밥 안먹나요?
아니요. 아침은 꼭 챙겨서 먹이는데요 선생님. 왜요?
준영이가 학생주임샘 한테 걸려서 벌서고 혼났다고.
사연인즉
준영이가 컵라면을 사서 친구랑 먹을려고 하다가 걸려서 컵라면을 들고 교무실 앞에서 벌섰다는..
먹을 것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단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침에 피자도 먹으라고 들려보내고 떡도 가져가라 하고 그랬는데..
그렇게 말씀드리니 전화기 너머 한심스러워하는 듯한 숨소리가 들린다^^
먹을것를 절대 가져와서도 안됩니다.
주의를 하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
학교에는 매점도 없는데
어떨 때는 6시반에 아침 먹고 학교가서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아이가 1시까지 어떻게 참을 수 있는지.
배고파서 공부가 될런지원...
조금 더 합리적인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인다.
아이들이 쑥쑥 커가는데 먹을 간식을 차단한다는 게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조금은 뭔가 아쉽다.
덕분에 집에와서 준영이와 학교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과정이 신샘에게 도움이 만히 된다니 나는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격주로 앉아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늘 뭔가 부족하게 들려보내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는데
도움이 된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오늘 대충 이름을 지었다.
이름을 짓고 카페를 만드니 정말 사업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모두들 좋은 일 하고 돈도 많이 벌고 그랫으면 좋겠다.
함께 이들과 새로운 길을 걷게 되어 영광이다.
가을내가 가득하다.
음악을 가득 차에 싣고 도로를 조용히 달리다보니
센치해지는 나를 만난다.
역시 가을은 나를 잡는 천적 중 하나인가보다.
으악. 곽 잡히기 전에 올해는 살살 숨바꼭질하듯 피해볼까 싶다.
하긴 잡혀서 가을에 흠뻑 젖을 새도 없어보이긴 하다.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으니 무엇이 그리 바쁜지 계절도 맘껏 젖는 시절이 드물다.
그래도 저 바람과 저 하늘과 저 햇살과 저 노을과 너 단풍은 가끔 나를 사로잡아 안놓아줄것도 같다.
올해 다시 조용필의 3집이 듣고 싶어지고
잔잔한 경음악과 클래식도 듣고 싶어진다.
브로큰백마운틴같은 영화 한편도 좋겠다.
사랑이 더 그리워지는 그래서 남편이 더 그리워지는 시간들이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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