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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0829 화분과 멍

by joyljs 2013. 8. 29.

엄마 책 한권 사주실 수 있어요?

물리치료학과 국가고시 시험책인데 좀 비싸요 십이만원인가하는데..

머리를 슬쩍 넘기며 조심스럽게 큰애가 말을 한다.

그래라. 예스이십사에 담아놔. 그럼 엄마가 주문해주께.

그런데 국가고시는 아직 공부시작이라 나중에 생각한다더니만...

하고 물으니 멋적게 웃으며 말을 한다.

오빠는 군대 있을때 필요한 자격시험을 반이나 공부하고 왔단 말예요.

알바하고 나머지 시간을 멍청하게 보내고 있는 저를 보니까 왠지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나도 무언가 해볼려구요.한다.

사람은 저렇게 자기 길을 주어진 환경에서 알아서 잘 찾아간다.

내가 미리 앞질러 이야기해도 소용없고 끌고 가도소용없다.

얼마나 이쁜가, 늦든 조금 더디든 아니면 돌아가든 이쁘게 바라보면 이쁘게 자기 길을 간다.

오래 바라봐야 이쁘고 자세히 봐야 사랑스럽다는 시가 생각난다.

아이는 오래 자세하게 그리고 천천히 바라봐야한다.

이쁠때까지 바라봐야하는게 아니라 이쁘게 봐라봐야 더 이뻐진다.

 

 

책읽는 여인들의 독서모임이 있었다.

이모임은 오랜 모임마냥 정이 간다.

아마도 찌는 여름동안 힘들이며 함께 보낸 시간이 길었고

또 다시 여름을 나누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어쩌면 거기에 십년지기 오랜 지원장이 있어서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도 모를일이다.

확실한건 사람들이 좋다는거다. 마음에 걸림이 없이 이야기와 생각과 느낌들이 통과되는 사람들.

마음에 작은 좁쌀 만한 것이라도 걸리면 불편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 작은 알갱이는 늘상 삐그덕거리게하고 살짝 마음 속에 박혀서 아프게 하기도 한다.

사람 사이에는  허공이어야 한다.

공간에 아무것도 걸림이 없어야 멀어져도 가깝고 가까워도 답답하지 않다.

걸림이 있으면 얼른 나를 돌아봐야한다.

왜 내가 걸리적 거리고 있는가..

오늘 읽은 책 글귀에서 사람은 슬픔과 아픔을 통해서만 성숙할 수 있다는 의미를 발견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돌아보면 큰 깨달음 전에는 가슴 저 밑바닥까지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 바닥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서 내가 자유롭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눈물로 한꺼풀의 옷을 벗어내는 것은 맞는 말같다.  사람 사이에 작은 걸림이 있을 때 또 다른 축복이 내게 왔구나 감사할 일이며 그 걸림을 털어낼 때 그 사람과 나 사이에 허공은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이다.

오늘 맛있게 점심을 먹고

좋은 이야기도 나누며 감사하게 보냈다.

 

피아노 위에 놓인 작은 화분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나를 느꼈다.

아무 생각없이 텅 빈 눈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풀잎의 흔들림에 정신을 찾았다.

만덕 어느 초등학교 강의 갔다가 교감선생님이 주신 작은 화분인데 화초이름이 무언지 모르겠다.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다시 새 생명을 연장하는.. 신기해하니 선물을 주신거다. 이끼도 함게 주셨는데 이끼는 내가 맘에 안드는지 2주전에 뿌리가 썩어 마르더니 죽어버렸다.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잘모르겠다.

빈 화분 옆의 이 화분은 바람에 잎사귀를 흔들거리며 있다.맘에 든다. 이쁘다.

화분 하나를 선물 받을 때마다 나는 두렵다.

이 녀석들을 오래도록 내가 잘 살려낼수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무언가를 새심하게 돌보고 어루만지는 것이 서툴다.

무얼 그렇게 가꾸어 본적이 별로 없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김을 메거나 아니면 꽃밭을 가꾸어 본 적은 있지만

그것도 그저 자연속에 있는 것을 약간 거들어 주는것에 한 한 것이라 내가 딱히 키우고 돌보고 하는 개념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런데 화분은 다르다.

물을 주고 정기적으로 거름도 주고 햇빛도 쏘이며 돌보아야하는데 나는 게으르고 자상하지도 못하여 그런 것이 서툴다. 생명의 경이로움은 문득 느끼기는 하여 그것이 잘 돌보지 못하는 마음에 죄책감과 두려움을 심는다. 그래도 고마운건 식물이들이 잘 버티고 잘 살아내는 것이다.

난초들은 야생초마냥 작고 못생겨졌지만 꽃은 잘 피워주고 사랑초는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그 꽃을 수 해를 보여주면서 사랑은 이렇게 지치지도 죽지도 않으며 시들지도 않는다는 사랑의 진실을 일러주는 듯 하다.

사무실의 분재는 십수년을 분갈이도 안해줬는데 심지어 어떤때는 물도 안주는데 잘 살아준다. 나는 그 녀석이 식물이 아니라 공기와 사랑을 먹고 사는 외게물체라고 느끼기조차 한다. 그래서 그녀석을 자주 만져주고 안아주고 말을 시켜주며 내 입사동기라 대우도 한다.

어쨌든 화분 하나 선물 들어오는 것은 두렵다. 게으름으로 이쁜 풀 한 포기를 사라지게 하기때문이다.

그래서  꾸역꾸역 잘 버티어 주는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동기애를 느끼며 감사한다.

순간적으로 나는 머리를 비워보았다.

항상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셈이라 스스로 멈춰라고 생각에게 명령을 하는데

오늘 그 순간 잠시 나는 텅 빈 내 머리를 만났다. 그 평화로움. 그리고 문득 나는 작은 저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고 잎새의 흔들림에 다시 현실로 왔다. 저 화분을 보는 동안 내가 정신줄을 놓았단 생각이 들정도로 저 풀잎도 나도 평화롭다. 바람이 불고 창가 옆에 달려있는 풍경이 가끔씩 맑게 때앵때앵한다.

아름다운 가을의 입구다.

가을은 어떻든 아직까진 나를 흔들긴한다. 흔들흔들...

작은 화분,  흔들리는 풀잎, 풍경소리, 바람소리, 적절한 피곤함..

씻고 자야지.

이 밤에 내가 아는 모든 사람돠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나머지 사람에게 평화를 빕니다.

모두 행복하소서.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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