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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0620 감사일기 8개월 어느날이다-냄비이야기

by joyljs 2013. 6. 21.

 

콩나물을 삶을려고 냄비를 꺼냇다.

손잡이 하나는 벗겨져 열이 달아오르면 뜨거워서 만지지도 못하는 까만 냄비.

작은애가 태어나기도 전에 샀으니 꽤 묵은 냄비다.

문득 그때 냄비를 팔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방문판매로 샀던 것인데 얼굴은 기억이 나지않지만 작고 통통하면서

지나보니 정말 세일을 잘하는 아저씨였다.

그때 아저씨가 이 냄비를 소개하면서 비행기체를 만드는 소재로 만들었다고 자랑을 했었다.

비행기라니! 냄비에 무슨 비행기가 필요하냐?

갑자기 콩나물 삶다가 웃음이 터져나왔다.

냄비는 그냥 냄비만큼의 능력만 있으면 되지 비행기가 다 뭐야?

그것도 자랑이고 그것도 좋은것인양 혹하며 쳐다보았던 동네 아줌마들의 얼굴과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자꾸만 자꾸만 정말 자꾸만 눈물나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냄비가 비행기소재로 만들어서 뭐하게! 날아갈것도 아닌데.

정말 웃긴 이야기 아닌가?

한참을 웃다가 그것도 쉬었다가 다시 생각나면 다시 또 웃다가 하기를 몇시간째.

딸애도 내가 애기를 해주니 웃는다.

사는게 그렇다. 이것도 허황스럽다 한 느낌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냥 친구면 친구만큼만 되면 충분하지 더 무얼바라는지.

아이가 아이만큼이면 되지 무슨 천재를 만들거라고 그 난리인지.

남편도 마찬가지다. 나한테 딱 그만큼 어울리게 둘이 알콩달콩이면 되지 무슨 영화를 누릴거라고 한없이 바라는지.

농부는 농부만큼, 직장인이면 직장인만큼, 대통령이면 대통령만큼 그만큼만 바라면 안되나?

나는 나만큼 이만큼만, 너는 너만큼 그만큼만..

꿈이 없으란 말이 아니다. 그냥 제 모양대로 그만큼만 적당하게 어울려서 살자는 얘기다.

중용이란 가운데가 아니라 과녁 정 가운데를 의미한다. 딱 맞게 그만큼이 중용인것 같다.

아이를 쳐다보며 이아이는 지금 딱 이만큼 적당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라보고 즐길일이지

아이에게 더 큰 어른을 바란다거나 하는것은 무리일것같다.

오랜된 묵은 냄비를 보며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한편 나의 어리석은 모습이 보이면서 지금은 지금부터는 냄비에게서 비행기를 찾지않고 바라지도 않겠노라 다집했다.

참 고마운 냄비다.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말걸기'

대답이 없다

'툭툭치기'

조금있다가 전화가 왔다.

너는 툭툭 쳐야 쳐다보는구나 했더니 웃는다.

문득 대학때 비가 온 다음 보도블럭이 깨끗할 때 길 가운데 털퍼덕 주저앉아 지는 노을바라보며 국문과 정숙이랑 수다한 장면이 떠오른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문어체로 3인칭으로 지칭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더랬다.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따라하지마 라고 그녀가 말을 했다.

하면서 한 문장씩 오랜동안 배꼽잡고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었다.

그 순간, 그 때의 우리 둘. 그리고 그 느낌.

너무 생생하다.

일상의 대화에서 벗어나 다른 표현을 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거 참 고마운 일 같다.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순간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예전에 코칭했던 아이와 그 엄마와 통화를 했다.

이젠 엄마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벌써 그렇게 시간이 갔다는

내가

 너무 보고 싶다며

샘 정말 자주 생각나고 그 시간이 자주 그리워요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핑돌지경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세상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제 청년이 되는 그 아이의 어느 시절 그리움에 나를 그림 한조각으로 그려 넣어주니 감사할 뿐이다.

2학기에는 대학수업을 해야해서 좀 쉴까 했더니 갑자기 마음이 흔들린다.

계속 할까?로. 이런 인사가 듣기 좋아서가 아니다. 그럴 자만도 갖고 싶지 않다.

단지 그리운 시절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를 위해 해야할 일 같아서다.

그립다는 것은

누군가가 가끔은 그리워지면서 등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희망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지 내가 알아서 그렇다. 나도 살면서 그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연이 고맙기 때문이다.

6월까지는 바쁘고 7월 중순쯤 날잡아 맥주한잔 하기로 했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과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왜 신기할까?

이놈이 처음도 아니지만 늘 모든 아이들이 처음같다.

지친 늦은 퇴근길에 나를 설레게 해준 이눔이 너무 고맙다.

제게 주신 이런 축복들, 잘 간직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나누어 쓰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얼른 자야겠다.

피곤함이 어깨부터 발바닥까지 꽉찼다.

내가 잠든 사이 그대들은 조용히 빠져나가 흩어져 사라지라, 명령이니라.

낮에 잠깐 통화한 우리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아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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