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먹었다.
티비에서 들국화 콘서트가 방송 되고 있었다.
들국화..
누군가에게도 그렇겠지만 내게도 그들은 인생의 한때를 눈물과 위로로 함께 했던 존재다.
절망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눈내리는 소리에 엉엉 울면서
깊은 그 해 겨울 밥,
이불 속에 숨어 들국화를 들었었다.
무쇠소리같은 전인권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의 남아있는 눈물을 모두 짜 내어 버리려는 듯
그렇게 눈내리는 소리에 맞춰 울었더랬다.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그리고 더욱 격한 감정으로 휘몰아 빨려 들어가며 오히려 가벼웠던
어느 위험한 시절의 한 모퉁이.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다가 그들의 콘서트를 보며 울었다.
어느 10대가 들국화의 노래를 들으며 우울하고 절망스런 마음을 위로받았다는 멘트를 들으며
그 아이도 그만한 때의 나와 같았나보다며 친구 하나가 이 겨울 한 모퉁이에서 나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은 누군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나도 그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 받았노라며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추억처럼, 마치 그가 내 친구나 이웃인 것처럼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들국화가 내게는 그렇다.
밖에는 겨울 안개비가 내리는가보다.
아침 내내 하늘이 무겁게 내려와 잔잔히 흐르더니 지금은 안개비를 조금씩 젖는 줄 모르게 내리는 듯하다.
내가 내가 아닌듯이 잊고
내 감정이 과거와 현실과 상상과 추억을 오가며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울기도하고 환호하기도 하며
어린 나를 보고 지금은 나이먹은 나를 다시 보는
이런 어느날이
내게로 와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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