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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준영이 낙서

by joyljs 2012. 10. 17.

집에 오니 얼추 8시가 되었다.

수술 후에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

하루 8시간 강의도 했는데 3시간 강의후에는 좀 쉬고 싶다.

지쳐 앉아있는데 승주언니가 승주랑 집에 왔다.

누구에겐들 안그러랴만 늦게 본 자식이라 언니는 아이들에게 각별하다.

그런 아이에 대해 욕을 놀이터 벽에 써놨단다. 누가? 내 아들이.

언니는 우리 애가 준영이에게 무어라 해서 그러느냐며 흥분의 도가니였다.

'언니, 제가 지금 막 퇴근해서 무슨 일인지 잘모르니까 제가 알아보고 애랑 얘기도 해보고 잘못햇으면 언니 집에 보낼테니 좀 가르쳐주세요. 그런데 언니가 이렇게 다그치면 제 아들하고 제가 대화를 못하니 집에 가서 기다리시면 어떨까요'

'승주야, 벽에 낙서한 것은 니가 그런 애라서 낙서를 한게 아니라 낙서 한 아이가 그런애라서 그런거니까 남들이 욕한다고 니가 그런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마라. 그리고 준영이가 그랬다면 미안하다'

하고 돌려보냈다.

 

아들이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바로 이야기하면 저녁을 굶길것같아 저녁을 먹게햇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저 아니에요 한다.

그러는 찰나에 남편이 왔다. 여차저차하다하니 놀이터에 가서 보자며 아이들 데리고 나가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왔다. 글씨를 보기도 전에 난 내 아들이 그랬다는 심정이 갔다. 내 아들은 개구짐이 그럴만하기때문이다. 글씨를 보니 확신이 선다. 다시 물으니 아들이 입을 뗀다.

엄마 사실 그게 지난 5월인가 승주랑 사귀던 현이가 그날 그애랑 싸우고 나서 화가나서 나랑 건이란 설이랑 같이 있을때 욕을 해서 그때 그거 쓴건데 그게 왜 이제와서 그래요? 한다.

놀이터에 있는걸 현이가 찍어서 카톡에 올려서 많은 아이들이 봣다며 같이 있던애들 얘기할거 없이 니 잘못만 돌아보고 해결하고 교훈을 삼자며 따끔하게 일렀다. 그러고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승주집에 갔다.

 

언니는 내가 환자라는 걸 알기에 애만 보내지 뭘 왔냐며 반겼다. 남편은 정중하게 자식 잘못 가르친 죄를 사과했다. 준영이는 승주 방에 사고하러 들어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조용해서 가보니 둘이 앉아 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우스워서 모두 웃었다. 애들이다 정말 애들이다. 언니는 준영이보고 니 우리 승주 좋아했구나 며 농담을 했다. 그렇게 모두 이해하고 사과하고 웃고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 놀이터에 가서 낙서를 개끗이 지웠다.

 

사소한 장난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잘못한 것에 사과를 하고 나면 모두가 다시 화평하게 지낼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남이 보든 안보든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잘못하면 사과하고 배운다는 것을, 그리고 댜행스럽게도 초등학생이라서 부모가 도와주지만 중학생이 되면 책임 더 커진다는 것을, 그리고 남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오로지 네가 잘못한 것만을 들여다 보고 깨우쳐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네 곁에 엄마와 아빠가 있다는 것을 나누었다. 그리고 벌로 매일 명심보감을 공책 세바닥 정성스럽게 쓰기로 했다.

 

다음다음날 준영이는 소풍을 다녀왔다. 그리고 엄마를 만나서 너무 다행이라며 신나했다. 왜 그러냐니까 건이는 잘못한 벌로 성경책을 쓰고 있다며.. 자기는 명심보감이 금방 끝나겠는데 건이는 성경책을 언제 다쓰냐며.. 우린 웃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이 누가 이런 낙서했냐며 속상해하면서 아이들끼리 싸우다 몇날 안보다 그러다 또 몇 주 지나면 다시 사이좋게 지낼것이다. 부모들은 어쩌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났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스스로 부딪히고 싸우거나 지나치거나 하면서 배우면서 지났을지도 모를일이다. 문득 아이들이 스스로 겪고 배울 기회가 오히려 사라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체로 인해 순식간에 사건이 커지고 누군가는 아마도 피해자니 가해자니 언어 폭력이니 하면서 크게 될 일일 수도 있었다. 다행이라거나 그런거를 떠나서 어른들이 사용하고 규정하는 언어들이 아이들에게 상처가될수도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너그럽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픔은 화해와 사랑과 이해로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그냥 마주보고 서로 울면서 크는 것인데... 좋은 경험이었고 좋은 시간들이었고 승주도 승주엄마도 그리고 우리 준영이도 모두 내겐 사랑의 재발견의 시간이었다고 느껴진다.

승주야 아줌마가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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