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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갑자기 수시접수

by joyljs 2012. 8. 23.

오후 한 시반.

지민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 저, 경희대 수시 써볼래요. 어렵게 느껴지니까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런데 거기 마감이 오늘이에요. 그래서 지금 접수해야하니까 접수비 십만원만 주세요.

선생님께도 의논해봤니?

아니요. 지금 전화할려고요.

입학사정관 어디로 할려고?

학교충실자로요.

 

한참 있다가 전화가 왔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니까 내신이 부족한데..하셔서 그래도 해보고 싶다니까 이해해주셨어요.

엄마 너무 기대는 하지마세요. 하지만 제가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혹시 모르잖아요.

 

하긴 스포츠의학과에서 입학사정관이 너의 스토리를 안다면 나라도 합격 시켜주고 싶겠다.

내신이 우수하지는 않지만 상승폭이 크고 너의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고 운동기록을 쭉 올린걸 감안하고 그 노력을 안다면 조금은 기대해봐도 되지않을지.

내신때문에 마음만 있지 엄두를 못내더니 일단 마음먹은거 해보는것도 좋지 싶다.

무언가 간절함이 묻어나 꾸준하게 열심히 티나게 하는 모습이 아니라 적당히 즐기듯 해나가면서도 어쨌든 제 갈길 즐겁게 찾아나서는 너를 보면 가끔은 죽어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강박관념일거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제 길을 찾는다면 죽어라 하지않아도 그 정도의 결과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지. 맞지않고 좋아하지않는것을 죽어라 한들 제 길이 아니고 제 신발이 아닌데 아프고 힘만 들지 그 성과가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아프면서도 걸어간 발자국에는 박수를 보낼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 신발 신고 제 갈길 가는 사람은 한 걸음을 뛰어도 두걸음을 걷는 것과 같으니 제 신발과 제 길을 찾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같다. 그 길이 네게는 맞고 네가 좋아하고 신체적 악조건도 이겨내고 성실함으로 지내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다해도 그건 운이 아니고 네가 겅충 뛴 네 노력일게다.

 

지민아.

그동안 수고 많이 했다.

처음 학교에 가서 내가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 아이였냐면서 마치 내가 그렇게 만든양 울고불고 했더랬지. 내가 이 학교에서 밑에 깔아주는 역할만 하다 말면 어쩌냐며 나한테 항의하듯 했더랬다. 공부법 알려달라고 한 달 조르고 고민하고 제 갈길 찾기를 하더니 니가 하고 싶은 스포츠를 선택했다.

운동신경도 없고 운동도 젬병이고 허리굽힉도 안되는 네가 스포츠과를 간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저애가 미쳤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 그래도 넌 열심히 하더라. 뼈가 굳고 신체조건 개선한다며 생전 먹지도 않고 싫어하던 감식초를 먹어가며 매일 땀을 흘리고 들어왔다. 나름 피나게 노력하더니 3학년에는 달리기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세상에! 항상 꼴찌에서 1,2등 다투던 달리기에서 네가 1등을 하고 선수로 뽑히다니! 손끝이 무릎언저리에서 머물던 네가 어느날 손끝이 땅바닥에 닿는다며 수선을 피우고 허리 굽히기를 했던 날이 떠오른다. 눈깜짝 사이에 '악'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잠깐 숙이는 듯하더니'봤죠?봤죠? 제 손이 땅에 살짝 닿는거 보셨죠?'하며 달뜬 표정으로 소리치며 흥분했었다. 내게는 쉬운 그것이 너에게는 그렇게 기쁨의 순간일 정도로 너는 심혈을 기울였나보다. 지금이야 몸이 유연해져서 잘 굽히지만 말이다. 매달리기 하느라 손바닥이 까진 것도 보았다. 이게 굳은 살이 되어 안아프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말이 참 난감하면서 마음이 아리게 가슴에 들어왔었다. 항상 흥분하듯 신나듯 무심하듯 또는 건성하듯 그렇게 지내오는 듯했지만 중간중간 너의 그런 기쁨과 흥분을 볼때면 얼마나 이아이가 마음속에 씨앗하나 품고 열심히 하고 있나 가늠하게 되었다. 그런 너의 노력을 충분히 많이 알아주지 못한 시간들이 엄마로서 미안하고 그만큼 고맙고 대견하다. 네가 진정 원하고 가고 싶은 곳이며 그 곳이 네 자리라면 네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실망하지는 마라. 거기가 네 자리가 아닌가보지. 사람은 자기자리에 있어야 편하고 빛나는 법이다. 그 동안 수고 많았고 조금 더 남은 기간동안 네가 마음을 담아 후회가 덜하도록 즐겁게 지내기를 바래. 고맙고 처음처럼 언제나 사랑한다. 우리 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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