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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크랩] 20130925청소년시절, 이영권박사님, 그리고

by joyljs 2013. 9. 26.

청소년 심리상담 시간에 자신의 청소년모습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렇게 이야길 하는데 눈물이 났다. 왜 그랬는지...

 

저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월부 책장사가 집에 다녀간 날은 책을 사주지 않았다고 울어대서 엄마한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때 우리 학교에 도서관이 생겼는데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수천권의 책 라벨을 붙이고 북포켓을 붙이는 작업이었는데 우리 학교책에 제 손이 안 닿은 책이 한 권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많은 책들의 주인공 중 제가 닮고 싶은 주인공은 세에라, 소공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있을 때는 나누어 주고 없을 때 조차 주위를 돌보며 당당했던 그녀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청소년기 집안이 기울어 불우아동으로 선정될 정도로 힘들었을 때는 세에라의 셈치고 놀이를 하며 지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방학때 면목동 옷공장에서 시다를 할 때는 직업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이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어 감사했습니다. 항상 어느 순간이든 감사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라고 기억됩니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앞으로 내 인생에 쓰일모가 있을 것이라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이란 것을 깨닫고 매사에 열심히 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게으르고 힘들고 흔들릴 때 이상하게도 42살의 미래의 내가 와서 내게 말을 걸고 격려를 하고 위로를 하고 방향을 제시햇습니다. 왜 마흔 둘이었는지, 그래서 내가 마흔 둘이었을 때 저는 죽을 줄 알고 겸손했던 거 같습니다.

시험기간에 졸려서 자려고 하면 마흔둘의 내가 와서 내게 말합니다. 그 많은 날 중에 시험기간 이삼일 안잤다고 니가 죽니?라는 물음에 그래 공부하자며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는 그 남자친구에게 정신 쏟다가 이 시기를 낭비하고 싶냐는 마흔 둘의 내 말에 더욱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로도 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마흔둘의 나는 늘 내 곁에서 내게 말을 걸고 묻고 야단치기도 하며 함께 했습닏. 내 나이 마흔둘이 지나고 이제는 나를 찾아와 말을 걸어줄 마흔 둘은 없었습니다. 이미 마흔 둘을 지났으므로.

그래서 허전했습니다. 쉰의 나도, 예순의 나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앨범을 뒤적이다 열세살 육학년의 저를 초등학교 졸업앨범에서 만났습니다. 양갈래 머리를 땋은 희미한 사진 속의 열세살의 아이. 그 아이를 보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그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너는 내가 원하는대로 잘 살고 있니?

그애가 바라던 삶을 이미 외형적으로 다 이루었습니다.

왜냐면 현대는 그때의 그애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문명이 발달해서 잘 살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애가 바라던 그 무엇이 있었나봅니다. 내가 울었던 것을 보면.

순수, 열정, 꿈, 자유, 사랑, 글쎄요 그게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그 사진을 복사해서 사무실 책상 옆에 두고 가끔씩 열세살의 저를 만납니다.

그애는 늘 묻습니다. 너는 내가 바라던 대로 잘 살고 있니?

가끔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흐르는 것을 보면 어쩌면 잊었던 그 무엇이 있어서 내가 우는 것같아 가만히 그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가끔은 잘하고 있다고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가끔은 살짝 톨아진 저를 만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할머니가 되고 죽어가면서 열세살의 내가 바라던 것을 모두 이루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잘했다고 어깨를 도닥이는 나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마흔둘의 나를 만난 청소년기,

열세살의 나를 만나 코칭를 받는 중년기.

저는 또 다른 저와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운 또 다른 나입니다.

 

이영권 박사님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이다. 재숙아 너는 더 이뻐졌다. 왜 자꾸 어려지냐? 잘지내고 있지? 그런거 같아 좋다. 이제 책 한권을 더 써야지.

내게 건네신 말씀의 요약이다.

오랜만에 또 다른 열정의 불꽃이 꿈틀거림을 만났다.

다시  또 다른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님 건강해보이셔서 좋아요. 고맙습니다.

 

노동부에 진정서를 마무리 지었다.

금사장이 섭해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년의 시간을 미룬 책임을 돌아보고 한 번 쯤은 멈추어서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는건 바르게 움직일 때 느끼는게 아니다. 고요하게 멈추었을 때 비로소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던지면서 내게도 같은 말을 건넸다. 숙아. 서둘지말고 천천히 욕심부리지말고 조금 남들에게는 생소해 보이더라도 올바른 길을 가라.

점점 내가 올바르게 사랑을 하고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같아 격려해주고 싶다.

애쓰고 있다는 거 알아. 그리고 부지런히 가려고 하는 것도 알아. 그래서 니가 많이 평화로운것도 알아. 잘하고 있어.

노동부 상담원이 나에게 돈을 못받을지도 모르는데 웃으며 있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돈도 못받았는데 마음까지 상하고 몸도 상하면 더 손해잖아요 그래서 나름 안간힘쓰고 있는건데요 했더니 웃는다.

이런 일 처리하는 그 직원의 인상이 너무 힘들고 화난듯해보여서 난 심각해질 수가 없었다. 내 건 처리 할 때만이라도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었다. 최악의 경우 못받으면 말지뭐. 그것보다 더 나쁜것이 없으니 얼마나 한찮고 가벼운 일인가. 옆에서 욕을 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이해하면서도 죽지않고 소리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까짓 돈,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확신이 든다.

 

긴 하루.

많은 일들.

그리고 고마운 순간들.

소정이 반 학부모 만남도 생소하지만 좋았다.

이렇게 다 좋았다.

아! 수분샘과 하나랑 먹은 떡볶이, 만두 오뎅, 그리고 핫도그. 정말 좋았다.

이렇게 많은 시간들.

진짜 무얼 더 바라나...가암사 합니다.

 

출처 : 수다연구소
글쓴이 : Happy재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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