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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역할 사직

by joyljs 2013. 7. 17.

가끔은 나의 이름으로부터 사직을 하고 싶다.

엄마를 아내를 원장을 강사를 며느리와 딸과 친구 등등 나의 이름으로부터 사직을 하고 싶다.

내가 엄마였는지

내가 아내였는지

내가 원장이고 강사고 친구고 딸이었는지

묻고 싶어질때가 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나라는 존재를 있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겹겹이 입은 옷처럼 이런 것들이 느껴질 때

그때 나는 내가 이들이 아니고

그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 안입은듯 걸치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싶고 알몸이 되고 싶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너무 오래 한 것이라 조금은 지친것같기도 하다.

십년 이십년 캐캐묵은 다락방의 먼지처럼

이 이름들에 내가 묵혀진 기분.

어쩌면 동생말따나 갱년기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그런가?

그냥 녹음이 우거져 차라리 어두울 것같은 숲속의 나뭇잎 흔들릴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그런 곳에

나라고 여겨졌던 모든 것들을 숲속 입구 어디쯤에 벗어서 널어놓고

벌거벗은 오롯이 나로서만 누워서 숨쉬다  오고 싶다.

그럴수 있을까란 질문이 스치는 걸 보니 벌써 난 포기한 모양이다.

체념이거나..

아침 아들 곁에 잠시 누워서 얼굴을 만지고 뽀뽀를 하고 품에 꼭 껴안아도 보고 엉덩이도 두들겨보며 행복해한 것이 불과 시간 반전이건만 문득문득 나는 이렇게 그 행복한 엄마란 이름에서조차 사직을 하고 싶어한다.

남편을 그리워하면서도 아내란 이름에 사직서를 내고 싶기도 하고

사랑받는 친구로서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도 지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나를 잘 들여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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