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자반을 하려고 검은 콩을 꺼냈다.
고마운 사람이 선물해준 콩이었다.
젊은 사람보다는 늙은 농부가 씨뿌리고 가을걷이 했을 것이 분명한 콩이었다.
계절이 콩알 속에 들어있고 햇살도 바람도 그리고 빗소리도 가득 찼을 콩이었다.
쟁반에 펼쳐두고 하나씩 하나씩 콩을 골랐다.
쭉정이 썩은게 섞여있으면 자칫 음식을 만들어 놓고도 쓴맛이 날 수도 있거나 먹다가 입맛이 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찬찬히 하나하나 잘 보고 골라내야한다. 서둘다 지나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어쨌든 고마운 콩에서 쭉정이 고르기를 마쳤다.
그래도 콩을 씻다가 몇 알갱이 더 발견하고 말았다.
그렇다. 조심조심 살펴도 다시 보면 이렇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얼마나 많은 쭉정이 들이 있는지.
가만 살피지 않으면 무심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쭉정이가되어 나를 상하게 하고 있을 것이었다.
게으름, 지나치는 무심함, 편견, 오해, ...
사실
가만 살피지 않아도 너무 환하게 드러나는 나의 쭉정이 습관들.
콩을 고르며 나를 골라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고 그리고 큰 일을 벌였다는 생각에 손을 못대고 만다.
서둘지 말고
매일 하나씩
천천히
꼼꼼하게 살피며
나의 쭉정이를 골라내야겠다.
하고.... 어느 세월에 나는 나를 가지고 온전한 콩자반 하나 만들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