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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옥가가 전화를 했다.

by joyljs 2012. 8. 31.

며칠 전 문자가 와있다. 재숙아 오랜만이다 반갑다 인표당.

어머 너 살아있었구나 문자 답을 했더랬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준영이 담임샘을 보러 갔다가 안계셔서 텅빈 교실에 홀로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았어랬다.

재숙아 기지배야 너 미국에 있는줄 알았는데 부산에 있다는 소식 듣고 전화했다

며 아! 인표는 여전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고3 지가 반장하고 내가 부반장할 때 잘 지냈더랬다. 가끔 투닥거릴때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암튼 즐겁게 잘 지낸 기억이 있다. 내 결혼식때 먼 베치에 앉아있던 모습이 기억난다. 고등학교 졸업전에 밥사준다며 학생이 경양식집에 불러놓고 음식주문하고 나한테 뽀뽀하다 얻어터진 기억도 있다. 옥씨 성이 저 혼자라 우리는 그애를 옥가라 불렀더랬다. 인표보다는 옥가야 이렇게 부르는게 더 편하고 좋았더랬다. 앉으면 장신처럼 보이나 서면 허리가 길어서 별로 장신이지도 않았다. 다리 높이 차기를 시키며 놀리기도 했는데 가끔은 삐치기도 했던거 같다. 그애의 수다는 항상 우리의 배꼽을 빠지게하고 허리가 휘게했더랬다.

 

우리집이 목장이잖아 내가 소젖짜는 얘기해주까? 소젖이 크잖아. 너네들 젖은 비교가 안돼. 젖꼭지를 잡고.. 하면서 이야기할때 애들이 의자에서 쓰러지면서 웃었더랬다. 그때는 그런 음담패설도 아닌것이 야한것도 아닌것이 사실주의이면서도 아닌것이 아무튼 그아이의 직설적인 말들은 항상 웃기고 또 때로는 당황스러웠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솔직하고 조금은 순진한 듯한 그애의 성품을 우리가 의심치 않아 즐거운 시간들이었던것 같다.

 

그 놈이, 그 옥가가 몇십년만에 전화로 수다를 떤다. 자기가 어떻게 지냈고 동창 누구를 만났고 아이는 딸 하나인데 공부를 잘한다는둥.. 전교25등을 한다나 어쩐다나. 이대목에서 우리딸은 전교 1등인데 하고 놀려줄려다 냅뒀다. 친구의 자랑인데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잖은가!왜? 친구니까^^부산가면 맛있는거 사주냐? 당연하지, 술에 안주에 밥사준다. 놀러와라는 내 말에 사내새끼가 되서 기집애한테 얻어먹겠냐, 내가 살게 한다. 촌놈... 누가 사든지 보자는 말에 보고싶다 재숙아를 연발한다. 나도 보고싶다야. 너 사진 찍어서 바로 보내봐 한다. 셀카찍어서 보내니 재숙아 너 세련되게 살았구나 한다. 지랄이다. 지도 나름 멋진 사진을 보낸다고 보냈다. 보니 역시 그녀석이었다. 너 옥가 맞구나!로 문자했다.

 

너 무진장 좋아했는데. 너한테 뽀뽀하려다 얻어맞았는데 기억나냐?로 묻는 그애 목소리를 들으며 역시 너 옥가구나, 너답다 했다. 그런아이다. 나도 참 보고싶다. 9월이되면 꼭놀러갈게. 빨리 9월이 왔으면 좋겠다는 옥가와 통화를 끝내고 오랜만에 참 가슴에 남지도 머물지도 여울지지도 않으며 시원하게 뻐뚫린 정을 나눈 기분이었다. 그리움조차 너무 시원한.. 오랜 친구는 이래서 좋은가보다. 아무것도 남지않은면서 가득한 무언가가 있는... 조만간 옥가를 해운대 어디서 만나 술한잔하기를 기다린다. 그때는 귀태도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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