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재숙이예요
오늘도 아침부터 덥습니다.
매미는 이제 자신의 삶의 끝자락인가 싶어 최선을 다해 울어재끼고 있어요. 정말 온 세상이 시끄럽도록 쉬지않고 우네요.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 엄마는 나를 낳으시느라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그 은혜 참 고맙습니다. 그때 아빠는 제가 태어나서, 첫딸이 태어나서 기쁘셨나요?
저는 항상 이성익이라는 함자를 지니신 분이 제 아버지시고 김순중 함자를 지니신 분이 제 어머니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두 분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면서 눈물이 왈칵 솟기도 하고 고맙고 또 두분의 딸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어서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아부지
제가, 아니 저희 세 딸들은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배짱이 있으시고 잔소리 한 번 안하시고, 욕 한번 안하시며 항상 호탕하고 긍정적으로 우리를 대하셨다고. 최선을 다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셨다고. 그리고 저희 가슴에 무언가 자랑스러운 긍지를 심어주셨고 어디서나 떳떳할 수 있는 마음과 삶의 태도를 주셨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제 삶의 교훈을 제 어머니 아버지한테 다 배웠습니다. 힘든 삶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배웠고, 서둘지 않고 인생을 성실하게 사는 법도 배웠고, 없어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법도 배웠고, 없어도 사랑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짜증내는 자식에게 농담섞인 즐거운 목소리로 어이구 우리 호박! 하시는 음성이 자주 들립니다. 시골길 걸어서 신발에 흙 묻으면 서울 직장 다니며 전철에서 창피할까봐 버스 정류장까지 구두 들어 주시는 엄마의 수고로움도 기억이 나고, 그래서 두 분의 그런 모습들이 고마워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부지
저도 아이들이 커가고 40 중반에 서니 삶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덜 후회하게 될까.. 저는 엄마 아빠 만큼만 살아도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인데 그래도 자식들이 부모님의 고마움을 알고 부모로부터 삶을 배우고 감사해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훌륭한 삶이 아닐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욕하고 부모와 싸우고 불평불만을 해대며 부모님과 같은 인생은 살지 않겠다고 말들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희는 모두 우리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각자 주어진 삶의 길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아버지, 오빠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아버리셨으면 합니다. 자식에 대해 마음을 놓는 것이 무엇인지 요즘 지민이 소정이 준영이 커가는 것 보면서 깨닫습니다. 아이가 내 기준에 안차도, 내가 바라는 대로 살지 않아도, 남들한테 해 안끼치고 비굴하지 않게 살고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산다면 그것으로 박수 쳐줄만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눈에 안차도 또는 이해가 안가도 어차피 지 인생 지가 사는 거니까 그저 행복하기를 바라며 지켜봐주는게 부모가 할 일이구나 하는 것이 제가 제 세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아부지도 마음 편하게 하세요. 쉽지않겠지만 그저 온 식구가 어떻게 하면 주어진 삶을 행복하고 잘 웃으며 서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게 할 것인가가 아부지가 해주실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빠랑 영휘랑 승휘가 모두 선한 사람들이니 얼마나 좋아요! 오빠가 얼마나 마음이 다정하고 선한지 아시잖아요.우리 자랄적에 호탕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고, 어려워도 까짓거 잘 해낼수 있다고 큰 소리치시던 우리 아버지. 그 마음으로 아버지의 일상을 평안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세자매도 잘 살아요. 저도 일도 잘하고 인정도 받고 대학원에서는 장학생입니다. 잘 하지요? 높은 지위도 없고 많은 재산도 없지만 아부지, 아부지 엄마 덕분에 저는 항상 행복해요. 사는게 재밌고 오늘도 재밌지만 내일도 기대가 되고 어떤 일로 더 재밌게 살까 궁리도 하고 그래요.
오늘 생일 미역국을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우리 아이들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아이들이 커서 내가 우리 엄마 아빠를 존경하는 마음의 반만큼이라도 나를 생각해준다면 정말 다행스럽고 고맙겠다 싶었습니다.
아부지. 이렇게 행복하게 잘 키워주셨는데 아버지 엄마를 더 많이 행복하게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자식이 이기적이니까 아부지께서 엄마랑 자식들이 행복하게 더 잘살 수 있도록 많이 웃어주시고 건강하시고 덕담과 축복의 말씀 많이 해주세요. 아무리 세월이 가도 아부지는 아부지시니까요^^
엄마
아빠
나아주시고 키워주시고 항상 믿어주시고 축복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2011 9 1 맏딸 재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