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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Dear

버들피리

by joyljs 2011. 3. 22.

할머니

오늘에야 수야버들같은 나무에 작은 잎들이 알알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눈에 띄지않았던 그 아기 손톱같은 투명한 잎들이

혹시 밤새 피어올라왔을까요?

바람에 너울대는 모습을 문득 바라보다

할머니

저는 할머니가 불어주신 버들피리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 얼굴이 자꾸만 아기 같아지고 웃음이 자꾸만 아기같아져서

귀여워서 오히려 머리 쓰다듬고 싶던 그 세월 어느 한귀퉁이 봄날

할머니는 버들피리를 부셨습니다.

그 전에 전 그렇게 가까이서 직접 버들피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버드나무의 납작한 공간을 꽉채우면서 조금은 무거움이 출렁이면서 그리고 어릴적 할머니가 고아 주시던 조청같은 투명하면서도 짙은 색의 끊어지지 않은 매끄런 소리. 아니 할머니의 인생이 모두 섞여 들어가 무언가 가슴 저 밑바닥의 웅덩이에 작은 돌알맹이 하나 소리없이 떨어져 물무늬 만드는 .. 이것도 아니네요. 그냥 할머니의 버들피리 여덟자가 더 정확한 표현인것같습니다.

그 버들피리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난 오늘 모든 것을 멈추고 버리고 던지고

그 옆에서 예쁜 손녀이고 싶은데..

할머니

고맙습니다.

문득 할머니의 순진한 미소와 햇살같이 눈이 부시던 눈웃음과 세상이 조용히 울렁이는 피리소리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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