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강연을 다녀 온 사이 현관문 열쇠가 번호 열쇠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열쇠를 가지고 다니다 자주 잃어버리곤 했다.
그런 불편함을 호소하며 번호열쇠로 바꾸자고 졸라도 그냥 흘려들었더니
급기야 내가 서울로 강연 다녀온 사이에 아이들과 아빠가 힘을 모아 일을 이루었다.
열쇠로 문을 여닫을 때는 잠잘때 빼고 항상 현관문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번호열쇠는 드나들때마다 번호를 눌러 열어야만 한다.
내겐 그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아이들이야 열쇠를 갖고 다니지 않아서 편할지 모르지만 집안일로 수시로 드나드는 나로서는 여간 짜증스러운게 아니다.
집안에 있을때 누가 들어오면 삐삐삐 번호 누르는 소리가 매번 들리는 것도 신경쓰이고 시끄럽다.
가끔 번호를 잘못 눌러서 빽빽 대고 울어대는 소리도 거슬린다.
어쨌든 가족이 다섯이 되고 아이들이 자주 드나들고 특히 막내 준영이가 자주 드나드는 바람에 문이 조용할 날이 없다.
삐삐 소리가 나면 누군가?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일고 고개를 쭉 빼서 현관을 쳐다보는 일상들.
그런데 지민이와 준영이가 서울 큰댁으로 놀러 간후 문이 조용하다.
퇴근하고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일 없는 남편.
들어오면 집안에서 볼 일 보는 소정이.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거나 다른 볼일이 아니면 드나들지 않는 나.
그리고 번호 누르는 소리가 나도 집안에 한 사람이 있으면 누가 들어올지 뻔하므로 누굴까?하는 의문도 생기지않았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정신적으로 여간 한가로운게 아니었다.
그랬다.
정말 한가롭고 평안했다.
그 하나의 일상이..
그런데 오늘 두 아이가 온다.
문이 또 시끄럽겠다.
식구가 많으니 번호 누르는 소리마다 누굴까? 생각하는 에너지가 또 들겠지.
변화가 있어야 일상이 어떠한지 깨달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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