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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자로 사는 법

by joyljs 2009. 8. 20.

시누이는 양평에 예쁜 별장을 가지고 있다.

집 앞에는 잔디밭이 있고 징검다리로 잔디밭 사이를 거닐게 되어있다.

잔디 밭은 지나 조금만 가면 물가가 나온다.

잔잔한 물가 위에 햇살이 피고 지었다.

 

별장에는 벽난로가 있어서 운치가 있었다.

온 식구가 그 별장에 가던 날 나는 그 별장이 탐이 났다.

나도 이런 별장이 있어서 문득 바람쐬고 싶을 때 훌쩍 떠나오고 좋은 풍경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쉬면 좋겠다고..

 

백화점을 가면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도 가격이 비싸서 물건을 살며시 아쉽게 내려 놓고 온 적이 두어 번 있다.

꼭 갖고 싶었던 옷 한 벌을 그냥 두고 오면서 왜인지 내 옷이 텅 빈 백화점에서 슬퍼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가격표를 보지않고 옷을 살 수 있다면 그 것이 경제적인 자유요 부자라고 생각을 했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 한철 태양아래 자연을 머금고 가을이면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들판이 있고 싶었다.

어릴 적, 엄마 아빠한테 밭이랑 논을 많이 사주겠다며 장담하던 그 바람이 아직도 가슴에서 출렁이는지 모르겠다.

 

차 한대 지나갈 넓이의 길이 있다. 그 길 양편에 나무가 싶어져 있어서 그늘이 드리워 진다. 곧이은 직선의 길이 아니라 약간 구부러진 그 길은 끝이 모퉁이 뒤에 숨어 있다. 살짝 모퉁이를 돌면 거기에 내 집이 있다. 나는 그런 길을 우리 대문으로 두고 살고싶다. 집에서 길을 따라 바라보면 모퉁이에서 누군가 걸어들어오고 누군가의 차가 방문을 하는 기대감을 갖고 살고 싶다.

 

겨울이면 남편이 무주에 가족을 데리고 다녀온다.

몇 날 밤 아이들과 함께 스키도 타고 눈밭에서 뒹굴며 예쁜 그림같은 집에서 지내다 산길 고불거리며 돌아올 때 행복한 가족을 보고 감사했다. 그러다 문득 알았다. 내겐 시누이의 별장보다 더 예쁜 휴식 공간이 있다는 것을. 시누이의 별장은 오랜만에 가면 청소도 새로이 하고 손 댈 곳이 좀 있었지만 내가 마음 먹고 가는 별장은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 있어서 그냥 짐풀고 쉬면 되는 것이었다. 매일 별장에서 살 것도 아닌데, 결국 필요할 때 문득 찾아가서 쉬면 그 곳이 내 것인데 나는 그런 곳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가면 되는 것이었다.

 

어느날 남편이 백화점 상품권을 한아름 가져다 주었다. 현금으로주면 아줌마가 다른 곳에 쓸 것 같다며 상품권을 주었다. 맘껏 백화점에서 쓰고 오라고. 상품권을 들고 평소 입고 싶어하던 옷 한 벌을 샀다. 가격표를 보지않고 옷을 고르고 계산을 했다. 그옷 한 벌 사고 나니 그 밖에 다른 옷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난 내가 생각한 부자다. 그리고 알았다. 돈이 없어서 갖고 싶은 것을 못가져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바라고 있어서 가난하다는 것을. 소박함은 없는 자의 변명이 아니라 가진자의 넉넉함의 상징이라는 것을.

 

내 땅이 갖고 싶으면 철마로 달려간다. 아담한 논들이 모내기를 끝내고 줄을 맞추어 졸음 졸듯 한들 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에구 수고하셨네 하며 모내기한 사람에게 인사말을 건네게 된다. 여름 한 날, 논엘 가보면 몰라보게 쑥 자란 벼들이 대견스러워서 칭찬을 하게 된다. 와, 그동안 몰라 보게 많이 자랐네. 고맙다. 자주 못 왔는데도 잘 자라주어서.. 가을의 황금 벌판은 흐뭇하다. 잘 키워준 농부의 손길에 감사를 보내고 태양과 바람과 스스로 열심히 잘 커준 벼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이렇게 수고 하셨으니 양식이나 하시라하고 우린 마트에서 사먹자며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온다. 일년 농사 그렇게 짓고 나면 그 땅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 재산세랑 서류가 복잡하고 짐스러워 농부에게 그대로 맡겨 두고 사는 그 홀가분한 마음을 누가 알까? 땅은 문서를 쥐고 있는 자의 것이 아니고 그것을 즐기는 자의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범어사 산길도, 금정산 산길도, 신선대도 이기대도 그리고 장산의 산길도... 그런 산길을 걸으며 늘 니 길 끝에 나의 집이 있구나 생각을 한다. 단지  집이 너무 멀어서 자동차로 한 참을 가야 하는 불편함. 그래서 가끔은 걸어서 가도좋은

거리로 집을 옮겨 놓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길을 옮겨 놓기엔 너무 크기에.. 우리집 가는 길은 좀 길다. 가끔은 산길을 따라 기분 좋게 달려 오기도 해야하고 가끔은 바다위의 다리를 지나 웅장한 대문을 지나 조금 와야 한다. 광안대교를 지나면 영화 자이언트에서 록 허드슨이 리즈 테일러를 자기 농장으로 데려갈 때 농장 입구의 대문을  지나는 장면이 떠오르며 여기가 우리 집 가는 대문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가진 것과 가지고 싶은 거 그리고 가지지 못한 것은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세상의 한 부분이고 세상이 나의 한 부분임을 진심으로 느끼면

감사와 더불어 넉넉한 신의 축복을 느끼게 된다. 진심이다.

부자로 사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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