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올레!

by joyljs 2009. 8. 14.

여행이라거나 친지 방문을 항상 아이들과 같이 했다.

그런데 드디어 큰아이가 혼자 서울 큰댁을 혼자가고 싶어했다.

지민이는 올 여름 방학을 아주 재미있게 보내기로 한 것같다.

본인의 말로는 중학교 시절의 마지막 여름 방학의 추억을 몇가지 만들어보고자 함인데

수박화채 만들기 대회 참가를 비롯해서 몇가지를 생각했던 것같다.

그 몇가지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서울 구경이란다.

서울을 처음 가보는 것도 아니고 일가 친척이 모두 거기에 있어 자주 드나드는 곳이건만

본인은 정식으로 여행을 하지않았다는 이유로 서울 나들이를 꼭 하고 싶어했다.

 

지민인 물귀신 작전의 대가다.

역시 혼자 서울 나들이는 무리였는지 동생들을 유혹하고 협박하고 조르고 매달리며 동행을 꾀했다.

둘째는 9월에 연주회가 있어서 불가능하고 결국 막내를 쫓아다니며 같이 가자 했다.

싫다던 막내 준영이는 결국 삼천원의 용돈과 육포 하나 바나나우유 하나를 받기로 하고 승락을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 부부는 준영이의 소박하다 못해 미련한 승락조건에 둘이서 부르르 격분(?^^)을 했으나

정작 준영이는 만족스러워 했다.

 

드디어 각각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지민이는 옷가지가 주였으나 준영이는 자기가 먹고 있는 한약이랑 일기장 그리고 누구와 놀지 모르지만 장난감 총 네개를 챙겼다.

그리고 서울로 가는 이모 차편에 편승해서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하기 이틀 전부터 지민이는

엄마 제가 없어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엄마 제가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으세요

엄마 제가 없으면 너무 허전하시겠지요?

엄마 제를 못보면 그리움에 마음 아프시겠지요?

등등을 볼 때마다 읊어댔다.

그럴때 마다 나는

그래 너 없으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 아침에 누가 청소기 돌려주니?

그래 너 없으면 너무너무 허전하겠다. 매일 괴롭히던 놈이 없으니 갑작스런 환경에 내가 얼마나 허전하겠니.

그래 너 안보면 무진장 그립겠다. 매일 엄마 쫓아 다니며 졸라대던 덩치큰 놈이 안보이니 얼마나 그립겠니. 걱정이다 얘..

하고 억양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지민이는 놀리지 마세요 하면서 계속 말을 하는 것이었다.

출발 몇 시간 앞에 문득 뒤뜰에서 일하는 내게 다가와 말을 한다.

엄마 우리 없는 사이에 이사 가시면 안되요.

어머! 너 어떡해 알았니? 내가 방금 이사갈 집 계약하고 왔는데. 와 너 귀신이네.

엄마 놀리지 마세요!

아니 니가 어떻게 알고 그런 소릴 하느냐 놀라서 그러지. 아무한테도 얘기 안하고 이사 갈려고 했더니.

준영이도 있거든요.

아~ 준영이한테는 몰래 주소를 알려줄려고 했지

 

그랬더니 지민이가 울기 시작했다.

나보다 키도 더 크고 덩치도 더크고 나이가 열어섯이나 먹은 놈이 엄마는 너무해요 하고 눈물을 철철 흘린다.

농담도 지가 시작해 놓고 자기를 놀린다고 눈물을 닦으며 그러나 계속 흘리며 운다.

둘째가 옆에서 듣더니 엄만 언니한테만 주소를 얘기 안해준다니까 언니가 서운해서 그러지! 하고 한마디 한다.

어찌나 우스운지

눈물을 닦는 지민일 보며 너 답다 싶었다.

출발하기 전에 지민이는 아이같이 나를 꼭 껴안았다.

엄마 잘 다녀 올께요, 이사가지 마세요.

끝까지 한 마디 붙인다.

막내를 맡길려고 했더니 오히려 막내한테 맏이를 맡겨야 할 판이다.

 

아래층 사람 미안하게 쿵쾅대던 막내네 식구와 오빠네 조카들이 우리 첫째와 세째를 태우고 출발했다.

지민이나 준영이만 갔으면 와우였을거다.

그런데 제일 시끄런 두 녀석이 가버렸으니 올레!다.

집엔 조용한 모범생 소정이만 남았다.

 

잘 놀고 잘 보고 즐겁게 있다가 오길.. 빈다.

벌써 두 시끄럼둥이가 보고 싶다.

에구 내 새끼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소리  (0) 2009.08.18
신선대를 다시 가다-부모님과 짱아식구와  (0) 2009.08.17
백 안에 든 것들   (0) 2009.08.14
국가대표-영화  (0) 2009.08.11
외모  (0) 200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