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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외모

by joyljs 2009. 8. 10.

내 어릴 적 별명은 넙죽이, 호박이었다.

둘 다 이 성자 익자 함자를 지니신 우리 아빠의 작품이다.

어떻게 예쁜  (?) 딸의 별명을 넙죽이 호박으로 지어 부르셨을까?

호바악! 이렇게 큰소리로 부르시는 목소리는 항상 즐겁고 명랑하고 밝은 톤이셨다.

다행히도 나는 별명에 그렇게 불만을 표하진 않았다.

가끔 아빠의 짖궂은 장난같이 여겨져서 궁시렁 대었더라도 아빠의 내 별명을 부르시는 톤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은 달덩어리라 불렀다.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친구들이 지하에도 달떴다며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로 장난을 했다.

달덩이같다는 뉘앙스를 정작 본인은 몰랐는데 얼마전 아이들을 가득 태우고 어디를 다녀오다 백미러로 소영이 얼굴을 본적이 있었다.

하얗고 둥근 얼굴이 백미러에 잡혔는데 순간적으로 아! 이 느낌이 달덩이구나고 깨달았다. 그 느낌은 사실 좋은 거였다.

 

이마는 별로 못생겼다. 동그랗게 튀어나와야 좋다는데 나는 이마가 얌전하게 죽은 편이다. 예쁘거나 말거나 오랜동안 앞머리를 내리고 다녔는데 사,오년 전인가, 친구가 사업하는 사람이 이마를 내놓고 다녀야지 가리면 되느냐고 핀잔을 주고 잔소리를 해서 귀찮아서 앞머리를 길러 지금은 넘기고 다닌다. 사실 앞머리가 없으니 속이 편하고 시원하다. 다시 앞머리를 자를 수 있을까 싶다. 가끔 앞머리를 내리면 어려보인다는 말에 시도를 해볼까 하다가 그래서 뭐하게?하는 물음에 포기를 한다.

 

눈은 .. 예쁘다. 나는 잘 모르는데 모두 내 눈이 예쁘고 빛이 난다 한다. 어릴적에도 눈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에 내 외모에 컴플렉스를 갖지 않았고 다른 단점과 놀림에도 흔들림없이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 희한하게도 눈이 예쁘다는 말이 제일 좋았다. 고등학교때 짝사랑하던 친구가 어른이 되어 종로 뒷골목 토속 술집에서 술한잔 하며 했던 말도 눈이 예쁜 여자를  보면 재숙이도 눈이 예뻤어라고 항상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눈위에 붙은 눈썹도 맘에 든다. 눈썹을 굳이 그리지않아도 될 만큼 숱도 많고 예쁘게 잘 나서 약간만 다듬어 주면 된다. 대화 할 때 항상 사람을 열심히 쳐다보는 내 눈때문에 당황해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래저래 눈으로 사람을  잡는다.

 

코. 내가 보기엔 그냥 그런 코다. 엄마는 증조 할머니를 닮아 코가 못생겼다고 늘 말씀 하셨다. 난 별로 그렇게 못생겨 보이지 않는데 엄만 영 당신 작품이 맘에 안드시는가 보다. 하긴 오라버니나 동생들 코는 크고 콧대도 있고 나름 얼굴의 중심 노릇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비하면 나는 코가 별로이긴 한 것같다. 어릴적 할머니는 내가 화장실에 가면 코를 잡아 다니라고 하셨다. 화장실에서 코를 잡아다니면 코가 높아진다고 할머닌 믿으셨나보다. 나도 시키는대로 그냥 코를 잡아다니곤 했었다. 화장실에 읽을 거리가 없을 때, 볼 일 보면서 딱히 다른 할 일이 없기때문에 심심풀이로 했던  일이다. 아직도 엄만 나를 보면 넌 왜 증조할머니 코를 닮았냐고 내게 물으신다. 이젠 이렇게 대꾸하곤 한다. 엄마 시집와서 증조할머니 미워했던거 아냐? 미워한 사람 닮는다던데...

 

입. 내 입 양꼬리는 약간 위로 들려서 들어갔다. 희숙이 어머니는 내 입매무새가 야무지다고 좋아하셨고 그 분의 외동 따님이자 내 단짝 친구에게 입가를 손으로 눌러 들어가게 하면 재숙이처럼 야무진 입매무새가 된다고 시키곤 하셨다. 어떤게 예쁜 입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나는 윗입술선이 뚜렷하고 단정하며 아랫입술은 선명한 정도다. 주름도 많지 않고 입이 동그랗거나 길지도 않다. 내가 내 입술을 보면 야무진 느낌도 없고 섹시하곤 거리가 멀고 (섹시함이야 말로 주관적이겠지만) 탐스럽다기엔 크게 무리가 된다. 단지 그냥 단정하다. 하지만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두 입술이 벌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내 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두 입술을 열어 말을 할 때마다 장미와 보석이 나왔다는 어느 동화의 그 주인공같았으면 좋겠다고...

 

귀. 사실 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엄마 말씀에 의하면 눈보다 더 예쁜게 내 귀란다. 왜 남의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귀가 제일 잘 생겼냐? 참 심술궂지... 특히 엄마 말씀에 의하면 오른쪽 귀 보다는 왼쪽 귀가 더 예쁘단다. 어쩌면 엄마는 내 왼쪽귀에 더 애정을 주고 싶어서 그러신지도 모른다. 내가 어릴 적, 중이염을 알았을때 엄만 제대로 치료를 못해주셨단다. 엄마가 무식해서 애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그냥 약만 넣으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네가 귀수술을 했다며 마음 아파 하셨다. 시집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20대 중반에 나는 시집 갈 준비로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다. 그때 왼쪽 귀 신경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강남 성모병원에서 다섯시간이동안 수술을 받았는데 어릴적 중이염 치료가 안된 것이 원인이었다. 그 바람에 청력이 떨어져 왼쪽으로 누군가 사랑을 속삭여도 모르게 되었다. 덕분에 오른쪽 귀가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서 자주 위로와 감사를 보내고 있다. 어쨌든 난 귀가 예쁘단다.

 

어깨는 흐르는 어깨다. 누구는 어깨가 예쁘다고도 하고 한복이 잘 어울리겠다고도 한다. 내가 어깨를 볼 줄 아나. 사실 어깨가 어떤게 예쁜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내 어깨에 기대면 아프지 않고 포근함이 느껴진다고. 아마도 경사가 완만해서 그랬던게 아닐까 지금 생각이 든다. 지금은 가끔 남편이 기대고 쉬는 어깨지만 내 스트레스를 먼저 지고 있기도 한 것이 어깨가 아닌가 싶다. 자주 만져주고 예쁘다고 하진 않지만 이 기회에 감사를 보낸다.

 

가슴. 우리 막내가 심심하면 찌찌뽕 하면서 찔러보고 가는 내 가슴은 작다. 브래지어 사이즈가 85A인데 대부분이 브래지어 컵 안에 공간이 생긴다. 예전에 앙드레김 속옷을 샀는데 어찌나 공간이 남던지 남편 손이 들어오니 꽉 찬 느낌이었다. 여보 A컵 사이즈는 남편 손을 넣고 사이즈를 만드나? 어떻게 제일 작은 사이즈가 이렇게 크냐? 해서 웃었다. 그래도 까사렐이나 플레이보이 브랜드는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될 크기로 만들어서 위로가 된다. 의료보험에서 지정된 건강검진을 받을때 유방암 검사를 한다. 기계 사이에 가슴을 넣고 스캔하듯 조이면서 검사를 하는데 아팠다. 담당자에게 가슴이 작아서 검사하는데 좀 불편하지요?했더니 아가씨가 그랬다. 아줌마는 보통사이즈에요. 작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기계가 잡히지가 않아요. 아줌마는 보통이지요. 난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이 사람의 말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적정한 기준의 데이타 아닌가 싶어서다. 매스콤이나 그 밖의 여성 가슴에 대한 이야기는 거품이 많은게 사실일 거다. 검사자의 발언을 듣는 그 순간의 내 표정을 되돌리기애서 볼 수 있다면 보고 싶다. 사실 내가 가진 약간의 신체적 아쉬움의 100%는 작은 가슴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의 아쉬움은 없어졌으니... 내가 비로소 완벽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속옷만드는 회사는 제일 작은 A컵 사이즈를 현실적으로 조금 더 배려해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허리. 하이고 이나이에 내가 조금 허리가 있다. 똥배도 별로 없고 뱃살도 별로 없어서 옷입으면 봐줄만하다. 목욕탕에서 만난 언니는 목에서 배 위까지 내 몸매가 하이라이트로 참 예쁘다고 평해준적이 있지만 그러나 난 개인적으로 약간 뒷 부분의 등허리 선이 맘에 든다. SM7 자동차를 보면 나는 어느 여인의 등허리선이 느껴지면서 은근히 섹시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느낌 그대로 나는 내 약간 비껴서 거울에 비쳐본 내 그 선이 맘에 든다. 누구랑 얘기해본적도 보여준 적도 없지만 난 연애하는 기분으로 나를 보곤 한다. 음 맘에 들어!

 

다리는 튼튼하다. 다행히 알도 없이 모양이 예쁜 다리다. 어느날 근처의 한 원장이 나보고 다리가 날씬하고 시원하진 않은데 다리가 예쁜 모양이라며 부러움을 한참동안 표한 적이 있었다. 자긴 다리가 가늘고 길긴 한데 계란 한 판 달고 다니는 것 같다나.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자기 몸 어느 부분엔가는 남들의 관심과 상관없이 깊은 관심과 애정과 애증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남자들도 그런가? 다리보다는 나는 개인적으로 발을 아주 좋아한다. 내 발은 예쁘다. 다리를 쭉 뻗고 내 앞에 놓인 두 발을 볼 때면 행복하다. 어떻게 발이 이렇게 예쁘니? 어릴적 할머니는 발을 예쁘게 한다시며 무명버선을 신겨 놓으셨다. 그걸 신어본 사람은 안다. 신고 벗기가 얼마나 얼마나 정말 얼마나 힘든지. 발에서 쥐가 날 지경이다. 그런 버선을 나는 즐겨 신었다. 버선의  곡선도 맘에 들었고 버선코가 너무 예쁘게 여겨져서다. 버선 신은 발을 보면 왜인지 동화나  신화같은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여름이면 샌들과 슬리퍼를 통해 발을 세상에 내놓고 다닐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에게 발이 예쁘다며 자랑을 하기도 하고 발이 예쁜게 어떤 건지 모른다는 말을 하면 이렇게 말을 한다. 내 발을 잘 봐. 이게 예쁜거야.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손. 내 손은 별로 고생을 안 한 손같이 보인단다. 호미로 밭을 갈고 곡괭이와 삽으로 김장독 묻을 구덩이를 파고 꼴을 베고 나무로 불을 땠다고 하면 모두들 그렇게 안보인다며 놀란다. 어느 광고에서 처럼 손을 죽 펴는 것보다는 약간 오무리고 물건을 쥔 자세가 손이 제일 예쁘다. 언젠가 얼굴에 공을 많이 들여서 나이보다 십년은 젊어 보이는 동네 언니를 본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두세살 더 많았던것으로 기억되는데 남들이 보기엔 그 언니가 내 동생처럼 보였다. 그런데 얘기하다 언니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는데 언니의 손이 얼굴의 나이에 비해 너무 늙어 보였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놀라고 당황하고 안스러움을 느꼈는지 모를 일이다. 그때부터 물일을 할 때는 고무장갑을 꼭 착용하는 습관을 가졌다. 물론 속에 면장갑을 꼭 껴야 한다. 난 내 손도 맘에 든다. 고마운 손 아닌가.

 

납작한 뒤통수랑 잘 보이지않는 두 엉덩이랑 보기 힘든 등허리 등 내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나의 조각들. 그러나 다른 이야기로 다른 느낌으로 다른 존재감으로 불리겠지만 그게 나다. 그리고 전체가 바로 부분이고 부분이 전체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창밖을 봤을때 새삼 나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 적어본다. 나는 내가 스스로 사랑할 때 정말 예쁘다. 고치고 가꾸고 그리면 더 예뻐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스러움은 그런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스러움은 그냥 있어도 사랑스러운 것이고 그 모습 그대로라서 사랑스러운 것이고 사랑스러우면 다 예쁜 거고 행복한거다. 부모님이, 조상이 주신 몸과 내가 그려가는 주름과 내가 만들어가는 분위기...모두 사랑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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