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귀찮은 것들이 있다.
안해도 되는데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것.
그 중 하나가 머리 염색이다.
나는 머리가 일찍부터 하애졌다. 몇가닥 새치가 있는 그런과정없이 흰머리가 많아졌다.
유감스럽게도 어렸을 적부터 흰머리가 많았다.
뒤통수 가운데 부분에 어려서부터 흰머리가 있었던 거다. 어릴적 두갈래로 머리를 길게 땋아서 다녔는데 뒷머리에 가르마를 탈때면 엄마는 애가웬 흰머리가 있냐며 몇 가닥씩 뽑으셨다. 대학시절 룸메이트가 내 뒷머리카락을 자주 뽑아주곤 했는데 이상하게 해마다 숫자가 많아지는 거였다. 마흔 여덟이라는 숫자이후로는 숫자를 안셌던 것 같다.
그러더니 나이를 먹어감에 여기저기 흰머리가 많아졌다. 특히 앞머리와 귀밑머리가 심하다.
더구나 머리칼이 빨리 자라는 나인지라 흰머리는 염색을 해도 금방 정체를 드러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염색을 말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하얀 머리가 얼굴라인을 따라 그려져있으면 내 자신이 우울해졌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미용실로 달려가 염색을 한다. 그때마다 귀찮다. 빨리 나이를 먹어서 하얀머리를 멋있게 늘어뜨리고 다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오늘도 머리 염색을 하고 왔다.
내 본래의 머리색은 밝은 갈색이다. 그래서 어릴 적엔 내 머리를 보고 아이들이 노란머리라고 놀렸다.
오빠는 맥주로 머릴 감았냐고 학교에서 복장단속에 걸리기도 했다. 오빠와 나는 같은 스타일이었다.
미용사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을 하고왔다.
내 머리칼을 아주 밝은 색으로 염색을하면 흰머리가 올라와도 크게 눈에 띌 것 같진않은데
이왕 염색하는거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고 패션을 연출하는 것였으면 오히려 좋을것같다.
짙은 색으로 오랜동안 머리염색이되었긴 했어도 밝은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해도 좋은지 그리고 내가 그런 스타일을 해도 난해보이지 않고잘 어울릴지 물었다. 좋은 생각이라면서 다음엔 그렇게 해보자했다.
물론 이 생각이 나 혼자 떠오른 것은 아니고 해운데 탑마트 지하의 미용실 부원장이 일러준 생각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말이 참 맘에 든다. 무엇을감추기위한 것이 아닌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일상의 한 조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생각이란 것이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어서 조사하나에 단어 하나에 나의 삶의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어제 문득 화장이 하고 싶어서 마트를 가면서 있는 화장품을 총동원해서 화장을 했는데 눈썹 끝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평소 눈썹이 예뻐서 아무 화장도 안하는데 눈썹을 조금 길게 그리고 싶었던거다. 화장할 도구가 없었다. 있는 거라곤 보라색 아이새도우 펜슬뿐이었다. 그래서 보라색으로 눈썹을 그려버렸다. 딸애가 보더니 외계인 같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맘에 들었다. 오늘 미용실에서 그얘길 해주니 나도 보락색을 사다 그려보아야겠단다. 항상 눈썹 색과 비슷한 색만 썼는데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것이다. 그럼 좀 이상할까요? 되묻기에 미용사란 직업이 이상하게 화장을 하든 머리모양을 특이하게 하든 패션이라는 등식으로 가는 직업이니 시도를 해보라했다. 그러면서 다음 이야길 들려줬다.
한 누드 화가가 어느날 일찍 온 누드모델이랑 차 한잔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른 시간이라 누드 모델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 화가의 아내가 화실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화가가 소릴 질렀다. 빨리 옷을 벗어요. 옷을 벗은 여자를 보고 있는 것이 그로서는 더 자연스런 일이었기 때문이다.
직업에 장소에 어울리는 그 어떤 것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염색을하고 미용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려고 한다.
이제 무언가를 하면서 짜증보다는 신나는 모험과 창조의 의미를 부여해서 즐겨야겠다는 것을배웠다.
내가 좀더 자신있어지고 멋져졌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