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랜 기간동안 내리고 아침 8시부터 바빴던 일상으로 산을 못간지 꽤 오래되었다.
더구나 요즘 몸이 안좋아 병원을 드나든다고 가고 싶어도 참았더랬다.
오늘도 이리저리 몸을 살리며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다 해가 열기를 식힐 즘 등산화를 주섬주섬 챙겨 신고 산으로 갔다.
항상 해를 안고 산을 올랐는데 오늘은 등에 해를 업고 산을 올랐다.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해가 저물 무렵이니 사람들이 모두 내려 오는 사람들이었고 산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하다.
몇 날 며칠 비가 오더니 산이 자연스러워 져 있었다.
사람들 다니기 편하라고 평소 누워있던 돌들이 모두 일어나 앉아 있고 여기 저기 물 흐름따라 골이 생기고 도랑이 생기고 울퉁불퉁해져 있었다. 산이 자연 스럽다는 느낌 그리고 산들이 오랜만에 신나게 한바탕 놀고 난 후라는 느낌이 들어서 거친 느낌이 드나 생생함이 느껴졌다.
바다가 보이느 산기슭, 어디선가에서 바라보면 또다른 봉우리로 보이는 곳에 앉았다. 바람이 산을 돌아 흐르는가 내 머문자리에 오래도록 바람이 머물렀다. 하나로 묶은 머리칼은 산발이 되고 축축했던 옷은 다 말랐다. 나는 막 지는 해를 바라보고 막 시작하는 어둠을 보았다. 문득'막'이란 단어가 어디서 왔을까? 긍금해졌다. 시작이요 끝이 ㅁ ㅏ ㄱ 자음 둘, 모음 하나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누가 '막'이란 단어를 처음 썼을까? '막'이란 단어가 갑자기 정든다. 막 정들었다. 마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