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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남자친구

by joyljs 2009. 7. 27.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부러움 반 의심의 눈초리 반으로 나를 봅니다.

남자친구란 단어의 의미가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우리는 똑같은 단어로 똑같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곤 하거든요.

 

아무튼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많습니다.

내게 있어 남자친구란 친구입니다.

나는 친구랑 아무때나 전화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누워서 하늘을 보며 수다도 하고 집에도 놀러오고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불러주고 생일도 축하해주고 맘에 드는 선물도 해주고 애들 돌잔치에도 가고... 그렇게 합니다. 그런 친구는 희숙이 은영이 성민이 정숙이 현미 영란이 정애등등 이 있고 문선이 창훈이 형찬이 헌환이 귀태 윤승이 세훈이 정희등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굳이 또 나누고 싶어하면 여자친구와 남자친구가 있습니다로 말합니다. 내게 있어 남자친구란 여자친구와 다른 이름이 아니라 같은 이름이지요.

 

굳이 남자친구라 이름 붙이니 그렇게 이름붙여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부러워합니다.

부산이나 창원 울산등에 출장 왔다가 우리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가기도 하고 낮잠을 자다 간 남자친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내 방에서 낮잠자는 동안 나는 시어머니와 지민이를 조용히 시키며 수다를 하며 배려를 해주었지요.

아이 돌 때는 남자친구들이 자동차를 다섯대인가 네대인가를 몰고 서울서 내려와 주었지요.

 어찌나 고맙던지.  시집간 여자가 남자친구가 말이 되나 하시던 시아버님도 그 뒤론 아무 말씀 안하시지요.

서울가면 남자친구집에 가서 하룻밤 묵기도 합니다.

친구 마누라가 내 잠자리 마련하는 동안 친구와 맥주한 잔 하고 그 친구 곯아떨어져 자면

난 친구 마누라랑 새벽까지 그놈 흉보고 수다를 했지요.

 

어떤 남자친구는 노래를 잘 해줍니다.

마음이 울적할때  전화해서 노래해달라고 떼쓰면 한 곡 들려주지요.

어떤 친구는 가끔 죽었는지 살았는지 메일로 안부를 전해줍니다. 생사를 잘 관리해야 부조금을 받을 수 있다구요.

어떤 친구는 생일을 잘 챙겨줍니다. 우리 애들 생일 까지 내 남편 생일 까지 챙겨주기도 하는데 -나만 챙겨주는게 아니고 그앤 그렇게 주변인 관리를 잘합니다-어찌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남편에게 축하문자를 전달해주면 고맙다 인사 대신 해주라 하는 인사를 주지요.

어떤 남자친구는 문학적이라서 나와 책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책선물도 주고 서평을 나누기도 하지요.

한 친구는 가슴이 설렙니다. 너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대놓고 말을 하지요. 어쩜 그 친구도 제 이말을 좋아할 지 모릅니다.

 

가끔 일때문이든 인연이 되어 만나는 남성분들이 친구하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그 사람이 말하는 친구와 내가 얘기하는 친구라는 단어가 공통어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대부분 그들이 말하는 친구란 단어가 내 기준으로는 애인수준이라서 사양을 합니다.

선이 분명치 않고 친구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면 친구가 되기 힘들지요. 그냥 친하다거나 아는 사람으로 족합니다.

 

여자도 마찬가집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쩜 축복의 순간을 기가막히게 잡아챈 거랑 같은지도 모릅니다.

타이밍이란 말은 이럴때 적절하게 쓰이는 걸 겁니다.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솔직해야합니다.

의외로 남자들에게 솔직할 때가 더 많습니다.

 여자들에겐 솔직함보다는 좋음이 더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으로 이땅의 여자들이 만들어질 확률이 많아서요.

 

암튼 나는 남자친구가 좋습니다.(물론 여자친구도 좋지요) 

질투하지 않아서 좋구요. 내가 잘 나가도 좋구요. 술 한잔 든든하게 마실 수 있어 좋구요. 뒤끝이 없어서 좋습니다.

내가 소원하게 굴어도 잔소리 안해서 좋아요. 자식자랑해도 샘내지 않고 남편 자랑해도 열내지 않아서 좋지요.

헤어스타일 화장 다이어트 뭐 이런거 수다안해도 되어서 속편하구요.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아서 좋습니다.

특히 제가 유머감각이 있는데 그게 발휘되어 얼마나 제 자신이 기특한지 몰라요.

유머 감각에는 두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남을 웃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웃을 수 있는 겁니다.

다행히도 제가 듣는 유머감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주 잘 웃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가끔 유머를 듣고 웃을 수 있는 제 재능이 얼마나 탁월한지 맘껏 뽐내고 싶더라니까요.

제 남편에게도 그래요. 자기야 이렇게 유머감각이 있는 마누라랑 사니까 좋지? 자기의 유머를 알고 이렇게 매일 웃어주는 여자있어? 이 탁월함! 그럼 남편은 또 지 자랑이다라며 웃지만 고개는 끄덕끄덕 수긍을 해주지요. 인정받는 유머감각을 지닌 여자랍니다.

특히 남자들의 그 독특한 유머를 아주 좋아합니다. 암튼 남자친구는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여자 친구들에게 내 남자친구를 몽땅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다양성을 나누며 풍요롭게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제 안과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남편은 제가 특이한 거고 우리 삶의 한 부분이 특이한거라며 남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 하더군요.

구속과 소유 집착 뭐 이런 것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며 땅콩 속의 두 알갱이 같이 산다네요.

그것도 좋을 것 같지요? 하지만 누군가 그 땅콩 껍질 밖으로 나오고 싶다면 그렇게 해 주는 것도 사랑인거 아닐까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이 사람과 사람냄새를 나누며 사는 것은 축하 받기전에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나이 성별 지역을 떠나 다양한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사이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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