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침에 일찍 깨워줘야해, 꼭!
몇 번 다짐을 하고 잠든 막내 아들.
새벽6시 40분에 곁에 가서 살짝 누웠다.
아침에 깨울때면 옆에 살짝 누워서 아이의 얼굴도 보고 다리도 만져보고 엉덩이도 만져보다 일어날 시간이야하고 이야를 해주곤 한다.
그럼 엄마랑 더 놀고 싶어서 일어나지않고 장난질을 하기도 하고 게으름에 눈뜨기 싫어서 강아지마냥 낑낑대기도 한다.
오늘은 더딘 일어나기가 사전에 없었던 듯 눈을 번쩍 뜬다.
일어나 밥을 먹더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엄마 나가서 조금 놀다오면 안되나? 묻는다.
7시 40분에 엄마 불러. 그때 나가면 되니까. 알았다.
새벽 댓바람부터
놀토라고 모두 늦잠을 즐길 것 같은 날에
학교 체육복을 입고
킥보드를 타며 노는 아이는 아마도 우리동네에서 준영이 밖에 없을 듯 싶다.
조금 놀다가 들어온다.
유독 체육복 상의가 구겨져 보여 벗겼다.
스팀 다리미로 주름을 펴서 입히고
발톱이 눈에 거슬려 발톱깎기로 정리를 해주었다.
머리도 빗겨주고 앉혀서 일렀다.
준영아
오늘은 놀러 가는게 아니야.
리더가 무엇인지 배우러 가는거야.
너는 앞으로 반장도 하고 회장도 하고 싶다며.
그런 사람을 리더라고 하는데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배우러 가는거야.
리더는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키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잘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래.
힘든 일도 자기가 먼저 알아서 하는 사람이래.
옛날에 로마의 리더는 전쟁이 나면 먼저 전쟁터에 나가서 싸웠데.
죽을 각오하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하는 사람인거지.
이번에 가서 잘 배우고 앞으로 무얼 해야하는지 생각해 봐야해. 그리고 엄마한테도 선생님한테 배운거 가르쳐주기다.
아들은 또랑한 눈으로 쳐다보며 중간에 로마사람에 대해 물어도 보고 남을 잘되게 하는게 무언지 물어도 본다.
아마도 이번 리더쉽 훈련에 가면 제일 작은 사람이 준영일거다.
유독 말장난과 말유희에 재미를 느끼는 아들인지라 말조심을 단단하게 일렀다.
형들도 아직 어린이기때문에 니가 하는 말을 귀엽게 볼때도 있지만 마음 상할때도 있으니 조심해야해.
말은 마음의 알맹이래.
-그럼 나쁜 말하는건 마음이 썩어서 그런건가?
아들은 주의깊게 들으며 물어본다.
오늘따라 유독 아들이 대견스럽고 어른스럽고 진지하다.
베낭을 메고 입을 쭉 내밀어 뽀보를 하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내일 봐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마음의 키가 조금 커오길 바란다면 큰 욕심일까?
즐겁고 좋은 시간 보내고 무사히 잘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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