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이런 질문에 엄마가 해준 음식이란 답이 아마 꽤나 높은 퍼센티지로 나올 것같다.
그렇게 대답을 하면 왠지 가정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고 인간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뭐 음식에 대한 기호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어릴적 부터 입맛에 길들여진 음식이 사실 가장 편안하고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나는 제일 맛있는 음식은 뭐냐면, 생각만 해도 즐겁다.
엄마가 해준 음식도 아니고 유명한 요리사가 해준 음식도 아니다. 특정 브랜드의 음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한 음식도 아니다.
내게 제일 맛있는 음식은 지금 막 완성되어서 뚜껑을 열었더니 김이 확 얼굴에 뿜어져 나오면서 촤악소리가 나는
지금 막 지은 밥이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지금 막 지은 밥 솥을 그것이 냄비밥이라도 뚜껑을 연 순간 입안 가득이 그 맛을 채우고 싶어진다.
빛나면서 예쁜 모양을 그대로 간직한체 김을 올리며 잔잔하게 깔려 있는 그 밥.
익어가는 냄새로 이미 기다림에 지치게 한 막 지은 밥.
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막 지은 밥을 강력히 추천한다.
반찬이 필요 없는 밥.
김치 한 족가 조차도 오히려 사족같이 느껴지게 하는 막 지은 밥의 도도함, 절대권력의 순간.
그래도 정 못내 반찬이 그리우면 계란 노른자랑 간장과 참기름만으로도 추억과 애정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밥, 막 지은 아주 뜨끈한 밥.
방금 막 지은 밥이 선물로 내 앞에 소박하게 숟가락과 젓가락옆에 놓여진다면 그것만큼 정겹고 고맙고 정성이 보이는 것도 드물것같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지금 막 뚜껑을 열고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빛나게 떠지는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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