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치킨에 갔다, 열시에, 겨울 추위를 뚫고.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두세살 아이를 안고 있었다.
치킨을 포장해서 가려는지 주문하고 대기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사이가 아이가 우리 옆 테이블로 갔다.
작고 귀여운 사람이 역시 작고 귀여운 코트안에 들어 있었다.
옆 테이블에는 노인 두 분이 치킨과 함께 술 한 잔 하고 계셨는데 이 아이가 그쪽으로 가서는 인사를 했나보다.
두 노인네가 아이가 무척 이쁘다며 어린 아이 손에 만원권을 쥐어 주셨다.
아이가 돈을 들고 아빠한테 가고 부부는 다시 돌려드리려고 하니
두 노인네는 우리 손자도 누군가에게 받기도한다며 아이가 인사를 어찌나 잘하는지 이뻐서 그렇다며
오히려 만원권 한 장을 아이 손에 더 쥐어주었다.
가벼운 실랑이 같은 사양의 말이 오가고 아이가 이쁘다고 인사를 잘해서 이쁘다고 뭐 이런 말도 하더니 결국 부부내외가 실랑이전에서 밀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치킨값을 계산하며 두 노인네 테이블도 게산을 했다.
나중에 두 노인이 일어나 만류를 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데 이미 카드는 골자기를 지나 긁힌 상태였다.
부부는 인사를 하고 아이와 사라졌고 노인네는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좀 더 앉아있다 사라졌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센스있는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이 예전에는 흔했던거 같은데 최근에는 이런 풍경을 본 기억이 없다.
두 노인네의 술기어린 호의에 부부가 센스있게 대처한 것도 내 맘에 든다.
바라보는 나는 행복했다. 마음이 오가는 삶이 많았으면 좋겠다.
대학원 종강 모임에 서둘러 갔다. 교통이 혼잡하여 생각보다 늦었다. 가다보니 황령산 지나서 두 대의 차가 사고로 부딪힌 채 지그러져 있었다. 저런.. 많이 다치는 그런 찌그러짐은 아니어 보였지만 얼만 놀랐을까. 퇴근길 혼잡한 상황에서 차선을 막아 더 혼잡해진 길을 보며 운전자는 진땀을 흘리진 않았는지... 그 현장을 보면서 안전해서 나를 보호해준 앞뒤옆의 차들이 고마웠다. 사고는 혼자서 내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부주의한 사람이 둘 이상이어야 한단던데. 나는 항상 정신을 차릴테니 우리 함께 정신차리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살아요..
낮에 둘째가 기숙사에서 돌아왔다.어찌나 반갑던지. 그렇잖아도 어제 무진장 보고 싶었는데...
다시 온 가족이 모였다. 나는 이런게 너무 좋다.
블로그에 신경숙선생님께서 댓글을달아주셨다. 초등학교 다닐때 계시던 선생님이신데 동생 담임이셨다.
참 이쁘고 참하고 좋으신 분이셨다. 우연히 내 블로그에 오셔서 꿈은 절로 이루어진다는 제목의 글을 읽다가 심웅기선생님 이름을 보고 함께 근무햇엇다며 추억하셔서 알았다. 선생님은 내가 누군지 잘 모르시려나? 그래도 이런 인연에 감사하다. 선생님께서 여전하게 교사생활하시며 계시니 그것도 반갑고.. 동생에게 소식 전해주니 신기하다며 꼭 연락해야겠다한다. 무슨 인연일까...
풍요롭게 누리는 일상.
아침부터 전에 선물받은 한우를 구웠다,
내가 아니고 남편이.
애들을 깨워 얼마되지않은 쇠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일바해서 늘 저녁이 비는
큰애 의자도 아침엔 꽉 찼다.
짧은 조반이지만 길고 풍요로왔다.
비록 기숙사에 둘째가 머물러 그 아이의 빈자리도 있었지만 네 식구 함께 해서..
어제 물을 흠뻑준 화분도 들여놓고
행주도삶아 널고...
남편이 내린 커피를 조금 나누어 마시며
식탁에 앉아 책을 본다, 남편과.
라디오에선 고전음악이 흐르고
곁에 다가온 큰딸에게 한마디한다.
귀신조심해라 13일의 금요일이다.
웃어재끼는 딸.
오늘은 모든것이 풍요로운 날이다.
그리고 고마운 날이다.
남편 생일이다..고마워 당신생일.
아니다
풍부한 삶이다
그리고 풍요롭게 누리고 있다
그러고도 남아서 남에게도 주고
바람에게도 주고 터이블 위의 풀에게도 주고싶다
풍요롭다고만 왜 느꼈을까?
결핍을 부정했나보다
풍부함까지 느끼고 있다
갑자기 그렇게되었다
심장이 뛴다
단숨에 전력질주로 학교마당 다섯바퀴를 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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