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말없이 일어섰다.
나이 지긋한 한 아저씨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눈가를 훔치며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가슴 한 켠이 저것이 영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으로 나도 저렸다.
80년.
내가 중학생이 되어 광주 사람들을 욕할 때였다.
군인 차량을 절도하고 태극기를 휘돌리며 머리에는 띠를 두른 폭도들이 텔레비젼에서 매일 나왔던거 같다. 나는 이 나라가 어찌 될 것인지 걱정을 했으며 그리고 저 폭도들이 미웠으며 우리나라의 안정을 바라고 있었다. 14살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시골 아이였다. 그 해 전, 6학년 때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고 이 나라가 어찌 될지 걱정하며 친구와 그 마음을 나누곤 했던 시골 반공정신과 애국심이 높은 아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스무살 되던 해에 나는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내가 알 던 모든 것들이, 내가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울분하기도 했고 걱정하며 기원하던 모든 것들이 모두 거짓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대학에 가서야 이모저모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건 허망함도 배신감도 무지함도 아닌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는 그런 마음이었다. 세상과 하늘과 내 자신과 내가 배웠던 것들에 대한 믿음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부정당하고 패닉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내가 알던 것들, 내가 읽어서 깨달았던 것들, 자존심처럼 간직했던 신념 같은 것들이 모두 거짓인 것같아 절망했었다.
매일 쏘아대던 최류탄을 지나며 가끔은 그 속에 앉아 있으면서 그 또한 허망한 것일까 내 이 시간이 거짓일까 가늠도 하지 못해 차라리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들.
각하라 불리는 자를 죽이려는 자보다는 오히려 오래 살아서 나의 정당성을 보여 달라던 경호실장이 더 이해가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나이가 들고 내 자식들이 커가면서 나도 이제는 조금씩 나의 정체성을 만나가는 것 같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려니 나의 이야기의 색깔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다.
내 아이들은 자신이 믿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배신당하는 그런 사회가아닌 믿고 알고 들은 것이 진실인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을 알아보고 만들어가기 위한 또 다른 행위라는 것을 알겠다.
영화 속 현장에 함께 있지 못해 이해한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 시대의 파편들로 영향을 받고 아파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오늘 진솔하게 자신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작지만 참여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해야겟다는 생각을 한다.
종편 어느 방송에 전두환과 이순자 부부가 나와 자신들이 얼마나 나라를 위해 헌신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을 본 것이 불과 몇 달 전인걸 생각하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여주인공이 미안하고 쪽팔려서 화가난다는 그 말이 얼마나 적중한 표현인가 싶다.
그들은 전생에 업이 쌓아서 그렇게 부귀영화는 누리는가! 이제 이 업은 어떻게 갚으려고 하는가! 삶이 100년도 안되는 이것으로 진정 끝나는가! 영원하다면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이며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인지!
어린 나이에 잘못알고 비난 했던 그 시대, 그 곳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나는 미안함을 , 몰라서 미안하고 함께 아파하지 못해서 미안함을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귀밑머리 희끝해지는 지금에서야 표현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알고 지나는 역사일지 모르나,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가슴이 오그라드는 현실일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털지 못하고 품고 가야하는 현실을 만들어가는 동시대인들이 안타깝다. 버리면 모두 편안하고 좋을 것을 그리 살지 못하니 그 또한 그들도 불쌍한 것인가! 오늘 영화를 보고 이러저러 가슴이 아프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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