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에도 지금도 해바라기
벌써 12년 전입니다. 첫 아이를 입학시켜놓고 셋째를 등에 업고 학교를 방문했었습니다. 아침이면 첫 아이가 자신의 등보다 더 큰 가방을 등에 지고 나가는 그 뒷모습이 대견하고 신기하고 기특해서 오래도록 지켜봤지요. 문득 가다 돌아서며 손을 힘차게 흔들고는 방긋 웃는 그 모습이라니... 이렇게 첫아이의 등교는 마치 엄마인 제가 신천지에 발을 들여놓은 듯 무한정 설레고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신기함과 기대감으로 학교에 들어섰을 때 당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학교를 돌아보고 계셨더랬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한걸음 뒤에 서 활짝 핀 해바라기같이 웃고 계셨던 교감선생님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때 생전처음 제 아이의 교장, 교감선생님을 만난 느낌, 학교는 활기차고 믿음직한 곳이라는, 안심해도 좋다는 그 느낌, 참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등에 업혀있던 막내가 자라서 고학년이 되던 해에 그때 해바라기같은 교감선생님이 교장선생님이 되셔서 다시 저희 학교에 오셨을 때 어찌나 반가웠던지요.
세월이 그렇게 갔는데 교장선생님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셨고 여전히 웃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신재초등학교에 계시는 동안 그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주셨습니다. 제가 12년 전에 느꼈던 그런 마음을 지금 학부모들도 모두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교장선생님처럼 학교와 아이들이 환해지고 활기는 넘치고, 교장선생님을 가까이서 만난 학부모들은 교장선생님의 그 열정과 환한 미소, 애정 어린 관심에 감사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 걱정에 수 십 년 학교생활동안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드신 적도 없으셨을텐데, 학교 떠나신 후 며칠 밤 마음 놓고 푹 주무시길 빕니다. 그리고 곧 어디선가 그 열정과 그 미소와 애정을 다른 많은 사람들과 나누시며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교장선생님, 인연은 길었는데 그 인연과 제 마음처럼 굵게 지내지 못한 것 같아 무척 아쉽습니다.
항상 환하게 피어계신 박영옥 교장선생님, 내내 건강하시고 다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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