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개의 독서모임을 거쳤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공통된 느낌이 드는 것은 모임을 통해 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회원들은 처음엔 작은 묘목같다. 듬성듬성 심어진 나무같이 서로와의 일정한 간격이 주어지고 서로가 멀다. 아직은 어리고 여려서 하늘하늘 한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서로를 발견한다. 뿌리가 덜 내리고 잎파리도 듬성거리고 기둥도 줄기도 가늘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들은 뿌리가 깊어진다. 기둥도 굵어지고 줄기도 굵고 길어진다. 그곳에서 자란 잎사귀들은 크고 무성해진다. 옆 나무들과도 조금 더 가까워진다. 듬성듬성 해보이던 나무는 조금은 조밀해지고 치밀해진 느낌이다. 무성해지고 푸른 숲이 되어간다. 땅 속에서는 뿌리가 얽히고 땅위에서는 나뭇잎사이로 바람을 공유한다. 하늘을 공유한다. 서로가 어울려 아름다운 숲이 되어간다.
독서모임은 꼭 숲이 되어가는 모습같다. 처음엔 그렇게 대면대면하다 책을 통해 하나가 된다. 마음 깊숙한 곳의 자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일상에서의 지혜를 공유한다. 독서모임에 가서 누군가를 험담하고 불행을 이야기하고 부정적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것을 보기란 정말 어렵다. 삶이 무게가 무겁고 두렵더라도 함께 읽은 책에서의 지혜로 서로를 격려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자신의 소리로 이야기하면서도 늘 책의 지혜를 앞세우기에 여유가 있고 향기가 있다.
직장모임은 늘 시간이 불안정하다. 저녁 시간이야말로 내 시간이라고 장담하기가 정말 쉽지않다.결국 나의 시간을 갖고 온전히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기엔 새벽시간밖에 없다. 새벽. 새벽모임을 하고 새벽 강연을 듣들으며 새벽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얼마나 강해지고 내가 얼마나 큰 사람인가를 느끼고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가를 깨닫게 된다.
오래전에 새벽 5시 모임을 만들었다. 주부들인지라 6시까지 모임을 하고 나면 서둘러 조반을 지으러 나서야 했다. 무한정의 시간을 부담이 될 것같아 몇개월간의 시간을 정해놓고 모임을 가졌다. 새벽 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새벽 5시에 만나려면 4시반이면 일어나야했는데. 우리는 모이면서 이 짓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서 웃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무척 행복했다. 새벽 어둠 속에서 만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어스름한 새벽길을 나서는 그 기분.. 겨울즈음이어서 6시에도 여명속을 걸어야했는데 그 가슴 가득한 행복감은 지금도 즐거운 회상거리다.
주부들 모임이 있다. 오전에 모여 두 권의 책중 한 권을 선택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벌서 3년째인데 새로운 멤버들이 들락날락 하지만 3년된 고정멤버들이 주축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그 날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참석을 한다.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시는 머리칼이 하얀 분도 계시는데 그날은 특별히 다른 분께 어머니를 부탁하고 나온다. 바쁜 사람은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몇배로 시간을 확장해서 쓴다. 그러나 정작 시간이 많을 것 같은 사람은 그날따라 일이 있다며 참석을 못한다.
그런 것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장애물이 생긴다. 가령 독서모임을 하려하면 그 날은 아이가 꼭 아프다. 누군가를 방문할 일이 생기고 그 시간에 택배가 온다고 연락이 온다. 하다못해 배가 아파서 누워 있을일도 생긴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줄줄이 생겨서 허둥지둥 모임장소가 아닌 다른곳으로 걸음을 나서야 한다. 마음은 독서모임에 가야할 것같다고 생각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이미 멀어져버리고 만다.
근데 그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하고자하는 일을 못하는데는 수백가지의 이유가 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수백가지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고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할려고 했기때문에 이룬것이다. 갈려고 했기때문에 도착한 것이다. 내가 가는 길위에 수없이 놓인 작은 장애물을 넘어가지 못하면 결국 그 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내가 장애물을 만나는 것은 내가 앞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그만큼 앞으로 왔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그자리에 있다면 앞에 놓인 장애물을 무시하고 무조건 가보는 것도 좋은 것같다. 가봐야 넘어져봐야 다른 방법을 배울테니까. 넘어졌다는 것도 내가 앞으로 나아갔다는 의미일테니까.
독서모임. 사소하고 작은 일상의 하나겠지만 그 속에서 숲을 만나고 내가 큰 나무가 됨을 알게 된다. 인생길에서 홀로가는 것는 너무 외롭고 힘들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먼길도 짥다않던가? 좋은 곳에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초록빛 물이 든다. 책이 함께하고 좋은 생각들이 피어나는 곳에 참석을 해보면 어떨까? 독서모임 살면서 꼭 한군데는 가입하고 있을 공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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