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은 보고 싶은 책을 무한정 가져다 읽을 수 있는 쿠폰을 선물로 받는 것이다.
어릴적 경제력이 없을 때, 맘껏 책을 사서 볼 수 없어서 책월부장사아저씨가 동네를 휘돌고 가면 안타가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엉엉 울었다. 냉이를 캐고 달래를 캐서 한바구니에 20원 30원씩 팔수 있었을 때는 용돈 벌 생각에 바구니를 들고 들에서 종일 냉이를 캐곤 했다. 하루 몇십원 하는 그 돈을 모아 홈즈시리즈를 사서 읽었다. 까만 표지에 제목이 써있는 문고판 처럼 작은 책이었는데 어찌나 홈즈오 와트슨 박사의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고 재밌었는지...그 책 사는 재미에 용돈 모을 궁리를 제법했더랬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쌀만 한 달치 들여놓고 나면 책을 샀다. 궁색하기 이를데 없는 시절인데도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고 값을 치러 책을 들고 오는 그 기쁨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쌀 떨어지고 배가 고프면 벽가득이 쌓인 책을 보며 저걸 헌 책방에 팔면 얼마를 벌 수 있나를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굶는게 차라리 나았던 시절이었다. 결국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자취를 시작했던 때와 달리 졸업해서 집으로 올때는 트럭 가득이 책을 싣고 이사를 했다.
시부모님과 살다 분가하면서 우리 부부는 가장 낮은데부터 시작 했다. 그래서 12자 14자 네모난 방한칸에 냉장고며 장농을 놓고 한방에서 네식구가 살았다. 당시에는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손을 놓고 집에서 쉬고 있던 때였다. 남편의 월급은 60여만원. 단칸방에 살며 저축하고 아이 둘을 키우며 살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하지만 월급날 다음 날이면 나는 큰아이 손을 잡고 둘째는 포대기로 싸서 등에 없고 책방에 갔다. 그리고는 내가 한 달간 읽고 싶은 책을 네 권에서 많게는 열권씩 사들고 왔다. 집에서 일하고 아이보는 나에게 그정도 월급은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주위의 엄마들은 애 둘을 키우면서 언제 책을 읽느냐고 신기해했다. 그리고 책을 한무더기 사오는 나를 보고 애 아빠가 돈을 많이 버는가보다고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한 해에 한질씩 책을 들였다. 아이와 함께 책방에 가서 직접 책을 사오기도 하지만 좋은 책은 거금(?)투자해서 장만해놓았다. 이웃들은 다 읽지도 않을텐데 책을 그렇게 들여놓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며 묻곤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만원 들여서 아이가 책을 한권 읽는것 하고 십만원 들여서 전집을 사놓고 아이가 두권을 읽는다면 나는 두권 읽는 쪽이 더 남는 거라고. 책은 돈과 견줄 무엇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책값이 제법 비싸긴 하지만 아이의 인생에 책값은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교육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 아이들은 그 책들을 다 읽었다.
책은 사서 보는것이 속편하다. 그래야 낙서도 하고 질문도 써놓고 접기도 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에 라면 끓인 냄비를 올릴 수 있을 만큼 책은 만만하고 친숙하고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능하면 좋은 책은 사서 보고 책꽂이에 꽂아 놓아야 한다. 내 손때가 묻은 책이 벽 한켠에 서 있다는 것은 친구가 늘 나를 기다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이고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회상도 된다. 책, 돈 주고 사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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