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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독서의 달인되기

독서의 달인되기 10-낭송하기

by joyljs 2009. 5. 5.

1980년대, 텔레비젼보다는 라디오가 가까운 시절이 있었다. 온종일 라디오에서 노래를 듣고, 연속극을 듣고, 시를 들었다. 마루치 아라치를 라디오로 듣고 흥분했었고 누나와 함께라는 프로에서 정감어린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다. 깊은 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들으며 음악에 흠뻑 젖어 있기도 했고 2시의 데이트로 싱그러운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그때는 팝송음악에 가사를 시처럼 읽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종환 디제이의 음성으로 듣는 주옥같은 팝송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전에는 느껴보지못한 감상이 일곤했다.

 

나도 경음악이라 불리는 음악들을 틀어놓고 시를 읽곤했다. 좋아하는 시들을 나만의 공책에 담아 그림을 그려넣고 어울리는 음악을 써놓기도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시를 읽으면 그냥 글자를 읽었을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음성으로 시어를  세상에 던지고 적절하다 싶은 곳에 숨을 쉬며 머물고 때로는 목소리를 높혔다 낮추었다를 하다보면 예전엔 미처 느껴지지 않았던 느낌과 시어들 사이에 숨은 뜻이 깨달아지곤 했다. 그 순간순간의 느낌을 어찌 표현할까? 음성으로 시를 읽고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그 과정은 내가 살아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그런 느낌을 갖게 했다.

 

새마을 도서관이 있었다. 말이 새마을 도서관이지 그냥 작은 방 한가운데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몇개 두고 의자가 놓여있는 시골의 회의장 같은 거였다. 새마을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폭이 좁고 기다란 복도를 걸어가야 했다. 그 끝에 입구가 있고 입구에 들어서면 책상이 바로 놓여 있었다. 그 입구에 앉아 출입문을 열어놓으면 복도 끝에 네모난 모양으로 하늘이 반듯하게 잘려 보였다. 여름이면 그 끝에 해바라기 두세그루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렸다. 그 자리에 앉으면 창 아래 나를 따르던 후배의 집 마당이 보였다. 후배는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책 한 권을 들고 올라 오곤 했다. 그 후배는 나를 보면 책을 읽어 달라하곤 했고 시를 읽어 달라 하곤 했다. 그때 좁은문의 알리사의 편지를 자주 읽어주었던 것이 생각난다.

 

후배에게 알리사의 편지를 읽어주며 목이 메이곤 했다. 그냥 읽었을 때는 몰랐던 알리사의 마음이 음성으로 읽어내면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후배는 내가 읽어주는 시를 좋아했고 책의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 책 읽어주는 누나의 목소리가 좋다하던 그 녀석이 가끔은 그 시절을 기억을 해줄까?  시를 읽고 책을 읽어 주고 난  다음에는 굳이 무엇이 어떻다고 이야기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마주 보고 좋다 그치? 라는 말 한 마디면 우리들의 평은 끝이었다.

 

소리를 내어 책을 읽는 일이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닐 것이다. 어릴적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일어나 소리 내어 읽거나 아이들 어릴적에 읽어주는 일 외에는 소리내어 무언가를 읽는 것이 흔치않은 풍경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정신이 집중되고 내 목소리에 내가 취하게 된다. 독서모임에서 가끔 시를 읽곤 한다. 마이크까지 켜놓고 음악을 배경으로 하며 시를 읽는데 대부분이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읽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새로운 느낌으로 그 시간을 즐긴다. 똑같은 시라도 읽는 이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다. 소리를 내어 책을 읽어보자.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듯한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질 것이다. 아는 것은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함은 즐김만 못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경험하게 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소리내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즐기는 최고 경지에 내가 있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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