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호텔.
로비가 8층인가에 있는 맘에 드는 호텔이었다.
비지니스 투어로 함께 한 사장님들과 함께 아직 도착하지않은 한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애미에서 오는 박 모라는 사람이다.
우리끼리는 마이애미 박이라고 불렀다.
마이애미 박.
참 멋진 뉘앙스가 아닌가?
마이애미 두형사를 떠올리며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썬글래스를 끼고 서양의 세련된 매너를 갖춘 남자.
아직 총각이라지 아마?
이십여분이 지났을까?
아 저기 마이애미 박이 오네.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봤다.
170cm가 좀 될까 싶은 나즈막한 키에 전체적으로 퉁퉁한 인상으로 실크자켓을 날리며
참 희한하게도 생긴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내 상상과는 기대가 아주 머언 그런 모습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를 본 순간 그가 클로즈업이 되면서 내가 알고 지내던 모든 남성들이 내 뒤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을 봤다. 순간 난 다짐했다. 저 남자와 말도 섞지 말자. 한 달만 잘 버티면 된다.
그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심꺄 바끼처림다.
해운대도 아니고 한국도 아니고 비행기를 몇시간씩 타고 날아와서 세계 최첨단의 세련도시 뉴욕.
그것도 고급스런 이 호텔에서 나는 예전에 듣지도 못했던 아주 농도 짙고 원색적인 경상도사투리를 들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이렇게 불협화음같을 수가 있나?
어찌나 황당하고 어색하고 나의 생각이 빗나가도 이렇게 빗나가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참 웃기다. 사람도 분위기도 나도..
그렇게 만났다, 이남자!
뉴욕 교민들이 준비한 파티에 참석하지않았다.
대신 그동안 뉴욕에 오면 일하느라 아무곳도 구경못한 것이 아쉬워 이번엔 구경을 가기로 했다.
마침 뉴욕에서 마이애미 박이 몇년 살았다기에 안내를 부탁했다.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백화점에 들러 같이 모자도 써보고 화장실앞에서 기다려주기도 하며 대충 돌아다녔다. 마이애미 박이 저녁을 사준다기에 일식집을 들어갔다. 서울에서는 그다지 회집을 가본 기억이 없어 그런 장소가 낯설었다.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단지 건너 테이블에 남미계 흑인남자가 앉아있었는데 어찌나 피부색이 아름답고 미남이었던지 그 아름다운 남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마이애미 박은 미리 다음 일정인 마이애미로 가야해서 이미 체크아웃을하고 가방을 내 방에 두고 나온터라 저녁을 먹고 내방으로 갔다.
가방을 들고 막 나오는데 마주 본 호텔방에서 함께한 일행중 한분이 막 방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마이애미 박이 얼른 문을 닫았다.
내가 물었다.
왜요?
먼저 간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는데 댁의 방에서 나가면 뭐라 생각하겠습니까? 좀 있다 나갑시다.
뭐 어때요? 우리가 나쁜짓한것도 아니고. 구경다녀와서 가방갖고 나가는데?
뭐 이런 사람이 다있습니까? 내 생각도 해줘야지요? 됬심다. 앞으로 아는척 하지 맙시다.
그래요! 참 별일이네.
마이애미 박은 무척 맘이 상했나보다.
나도 그가 옹졸해 보이고 남을 너무 의식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화내는 모습이 기가차서 맘이 상했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마이애미로 갔고 먼저 간 마이애미 박이 우리를 마중나왔다.
나도 나이가 제일 어리고 그도 나이가 제일 어려서 나는 그의 차에 실려 다녀야했다.
서로 말도 않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별로 남과 싸우기를 싫어하고 그런 분위기를 어색해 하는 나로서는 좀 불편했다.
저녁에 호텔방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이남자가 로비에서 큰소리로 말한다.
사장님들 먼저 들어가이소. 미스리가 커피를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커피 한잔 사줄랍니더.
예? 하며 놀라는 사이 그려 처녀 총각들 데이트 잘하고 와 하며 일행은 모두 들어가 버렸다.
그래, 방에 들어가봤자 할일도 없고 모여 봣자 술 밖에 더 마시겠어? 마이애미 구경이나 하자
는 마음으로 못이기는척 마이애미 박을 따라 나섰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말없이 다니는 사이 슬슬 화가 풀렸다.
다음날부터 낮에 일하고 호텔 방에 들어오면 전화가 왔다.
마이애미 박이었다.
그래 장사 잘 해씨요?
장사가 아니라 무역상담이거든요.
그래도 장사.
뭐 이런식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시간이 한시간 두시간 마구 흘러 갔다.
잠깐 끊지 말고 기다리시요. 내 화장실좀 다녀올테니.
그럼 나는 기다렸다. 지금 생각하니 왜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낮엔 시치미떼고 일하고 밤엔 매일 몇시간을 통화했다.
어느날 밤 마이애미 비치에 가자는 말에 따라나섰다.
낮에 일하면서 팬티스타킹에 실크 물방울 반바지에 까만 샌들. 그리고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그대로 길을 나섰다.
마이애미 비치의 밤은 참 활기차보였다.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가볍게 술을 한잔하고..
해변은 조용했다.
둘이 모래위를 걷는데 자꾸 스타킹안으로 모래가 들어와 이상했다.
저기요. 모래가 자꾸 스타킹 안에 들어와서 그러는데 잠깐 망좀 봐줄래요.
안지 얼마 안되는 그 남자를 해변을 지키는 초소 같은 곳에 세워두고 난 반대편으로 가서 반바지를 벗고 스타킹을 벗고 다시 바지를 입었다. 아무생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달라스에서였나?
마이매미박 호텔방에서 일행중 한사람과 나까지 셋이서 2시경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술을 했다.
나와 일행은 15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방이 9층인가였고 나와 일행은 15층이었다.
방에 도착하니 전화가 왔다. 마이애미 박이었다.
할말이 있었는데 못했다며 잠시 좀 보잔다.
내려갓다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면 내 기분이 멋적으니까 내 방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다른 분들이 그 층을 쓰고 있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뭐 어때요? 나쁜짓 할것도 아닌데..
알겠시요하며 잠시 후 그가 올라왔다.
와서는 창가에 한참 서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쳐다봣다.
왜저래?
라는 생각이 들즈음 그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햇다.
재숙씨랑 결혼해서 살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시요. 뭐 가슴에 확 와닿는거 없시요?
아니요? 없는데요?
알겠시요.
그게 다였다. 그러더니 그가 그냥 가버렸다.
참 웃긴 남자네.. 언제 날 봤다고!!
그는 다음날 마이애미로 일정이 끝나서 가버렸고 난 시카고등을 들러 LA로 갔다.
그런데 거기로 그가 왔다. 말은 일이 있어 왔다는데 내 직감상 나보는 것이 그 일인것같았다.
업무가 끝나자 그가 차를 렌트를 해왔다.
내일이면 한국에 갈낀데 밥이나 한그릇 합시다.
그래서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달렸다.
그는 스테이크를 시키고 난 스파게티를 시켰다.
그가 고기를 써억써억 썰었다. 그리고는 내 접시에 올려준다.
됬어요.
내말은 무시되었고 그는 고기를 썰어 내 접시에 또 준다.
와인을 쏟고 고기를 떨구고..
아! 이남자가 지금 무척 떨고 있구나! 그럼 그 말들이 진심이었네!
순간 가슴가득이 그 사람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그럼 뭐해. 난 내일 한국에 갈꺼고 이사람은 여기 남을건데..
고속도로에 차가 밀려있었다.
나란히 앉아 오는데 내맘이 편치 않았다.
그사이 정이 들었나보다 고 나는 생각했다.
손한번 안잡았는데도 이렇게 그사람 맘이 절절하게 전해져 오는게 느껴졌고 나도 같은 파동으로 슬퍼지는것같았다. 차안이니까 아무도 없는 곳이니까 손 한번 잡아볼만도 한데 그가 내 의자 뒤로 오른 손을 올리고는 운전만한다. 그리고는 기껏 용기를 내서 내 뒷머리를 만진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뒤통수가 와 절벽이요!
그리고 헤어졌다.
'그룹명 > 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점심 굶으면 된다 아이가! (0) | 2007.04.10 |
|---|---|
| 큰 부부쌈 (0) | 2007.04.10 |
| 고마운줄 알아라 (0) | 2007.04.10 |
| 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니까 너무 좋다. (0) | 2007.04.10 |
| 결혼 (0) | 2007.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