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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주부대학

아이를 하나로만 보지 마라, 장점쓰기

by joyljs 2015. 3. 6.

정기적으로 아이들에게 장점을 쓰게 한다. 공부와 운동, 외모에 관련된 것 말고 그 외의 자신의 장점을 찾아 적으라 한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처음에 7개 정도를 술술 써내려 간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고민을 한다. 공부를 못한 아이들은 대체로 두 세 개를 쓰고 나면 쓸게 없다고 한다.

장점이라는 것을 부모나 선생님의 칭찬으로부터 모아 왔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몇 번 장점을 쓰다보면 순식간에 스무 개 서른 개를 넘는다. 백 개의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을 목표로 꾸준하게 장점을 찾아 적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서로 나누고 생각해보며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공부 잘하고 인사 잘하고 음식 골고루 잘 먹는다는 장점에서 맴돌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줄 안다거나 친구의 말을 잘 듣는다거나 저녁에 혼자 밥을 챙겨먹다가 엄마의 고마움을 발견할 줄 안다는 식으로 구체적이고 내면적으로 스며든다. 아이들의 장점을 읽다보면 이렇게 장점이 많은 아이가 어떻게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고 우울해하고, 친구한테 열등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을 질투하고 미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무수히 많은 그것도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세상 하루하루 살 만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 자신이 똑같지 않은 독특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당하지 않을까? 자신이 독특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듯이 다른 친구도 그렇다면 친구의 다른 부분을 호기심 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장점을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키워나가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는 장점은 한 가지다. 어떤 아이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보는 순간 그 사람은 그 아이의 공부에 대한 안경만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한 아이를 인사 잘하는 아이로 본다면 다른 것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항상 그 애를 만날 때는 인사 잘 한다는 것만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상 만나면서 다양하게 인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 반복되는 칭찬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다양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부여하기를 바란다. 물론 서툰 경우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사람이 부모다.

부모에게도 아이들에 대한 장점을 스무 개씩 써달라고 숙제를 낸다. 그러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난감해 한다. 심지어 역시나 아이들처럼 7개 정도 적어서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겠다는 부모도 있다. 자기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또는 보이는 모습 너머의 진정성을 헤아리기가 힘든 것이다.

동현이 엄마가 떠오른다. 동현이는 정말 잘 생긴 초등학교 1학년 아이였다. 에너지가 넘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서 온 동네를 쏘다니느라 하루해가 짧디 짧은 아이였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또는 호기심에 사고를 많이 창조해냈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돌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달리는 자전거 바퀴에 나무를 끼우면 타고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될까, 유리창에 돌을 몇 개 던져야 깨질까 등등의 생각과 그리고 그 생각의 실천으로 아이는 매일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엄마는 사죄하며 사고 뒤처리에 돈 쓰느라 바빴다.

다른 아이들은 납치도 된다는데 왜 우리 아이는 밤늦게 다녀도 납치가 안 돼요

동현이 엄마가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버거워서 울면서 진심을 담아 한 말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지켜보는 나는 이해가 아주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엄마만 아이 장점 쓰기 숙제를 안 해왔다. 전화를 걸어 몇 번 재촉하자 열흘쯤 지났을까, 동현이 엄마가 편지봉투 하나을 보내왔다. 동현이 장점 스무 개였다. 종이 아랫부분이 얼룩덜룩했다. 잉크도 다소 번져 있었다. 장점 첫 번째는 동현이는 자는 모습이 이쁘다였다. 마직막 부분은 동현이의 발뒤꿈치가 이쁘다였다. 그리고 추신이 달려 있었다.

원장님, 아이의 장점을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자는 아이를 봐라보았는데 동현이의 잠자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가만 보니 너무도 이쁜 내 아들이 보였습니다. 자는 모습이 이렇게 이쁜 줄 예전엔 정말 미처 몰랐습니다. 아이의 발뒤꿈치가 이렇게 동그랗게 사랑스러운지 도 몰랐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아이가 사랑스럽고 멋진 아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잃어버린 아들을 눈물로 만나느라 종이가 얼룩덜룩했던가 보다. 매일 눈뜨면 아이를 보고 학교에 다녀오면 아이를 다시 만나지만 정말 내 아이를 진정으로 만나는 엄마와 아이는 얼마나 될까? 마주 보고 있다고 옆에 앉아 있다고 그 사람을 만난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을 만나야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말이 없고 몸짓이 없어도 마음으로 만나면 아이와 나 사이에 따뜻한 울타리가 처지면서 그 안에서 행복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들꽃을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하였다. 길가에 핀 흔한 꽃 한 송이도 발길을 멈추고 마음을 주어야 눈에 들어오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불수록 더 이쁘다.

동현이 엄마가 하루 종일 실컷 놀다가 지쳐 잠든 동현이를 아마도 자세히 오래 보았을 것이다. 이때에는 동현이의 낯설게 보았음이 틀림없다. 낯설게 보아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만 집중하면 하나보다 더 많은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공부를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공부 이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부라는 돋보기로 부각시켜서 바라보는 아이들이 모두 똑똑하고 총명하게 보이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른들이나 제도 속에서 들이대는 그 돋보기가 아이들에게도 각인되어 아이들도 스스로를 공부돋보기로만 자신을 본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이 장점 30개를 쓰는 날이다. 두 아이가 도저히 자신의 장점을 쓸게 없다며 내게 왔다. 옆에 앉혀놓고 같이 찾았다. 자신의 장점이 없다고 투덜대며 안 쓰면 안되느냐고 우울한 아이 둘을 옆에 앉혀놓고 하나씩 찾아 갔다.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뭐해?”

다녀 왔습니다 하는데요.”

지금처럼 큰 소리로 말하니?”

. 항상 큰 소리로 인사하는데요.”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아이는 아! 외마디를 지르더니 얼른 종이 위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녀 왔습니다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잘한다.‘

그러고 나서 몇 개를 더 적더니 또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한다.

샘 도와주세요.”

너는 지금 나의 도움이 필요한가보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고 항상 요청할 줄 아니?”

그것도 좋은 것인가요?”

넌 어떻게 생각하니?”

, 힘들 때는 도와 달라고 하는 데 그것도 장점인지는 모르겠어요.”

항상 도와 달라고 하는 것과 정말 도움이 필요할 대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은 다르게 보이니?”

아이는 고민하더니 나는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하는 용기가 있다고 적었다. 그러다보니 30개를 다 썼다. 지나는 말로 툭 던졌다.

장점이 없는 게 아니라 장점을 안 찾은 거였네. 장점이 아마 백 개도 넘을 걸. 봐봐, 포기하지 않고 생각하니까 서른 개를 다 쓴 것도 아주 큰 장점 아닌가?”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 인상 쓰고 짜증 내던 두 아이는 추가로 두 개를 더 적고는 신나서 나갔다. 자신을 바라보던 하나의 돋보기로 여기저기 탐색하는 탐험가 두 명을 또 만났다.

열 살 수현이가 오늘 처음 장점을 썼는데 순식간에 서른 개를 다썼다. 중간 쯤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빠가 담배 피는 것을 막는다

얼마나 멋진 아이인가, 놀랍다. 이런 장점을 찾아내다니!

좌우위아래 사방으로 보는 아이는 지겹지 않다. 답답하지 않다. 우울하지도 않다. 힘들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물고기처럼 펄떡 거린다. 생명력이 넘친다.

내 아이를 하나로만 보지 말고 더 많이 더 자세히 오래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항상 마음으로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