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희망은 욕심이다.
“선생님, 긍정적으로 희망을 갖고 살면 우리 아이가 곧 다른 아이처럼 공부도 하고 잘 놀 수 있겠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려고 해요.”
“긍정적이라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냥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자기가 아프지 않는 게 긍정적인 거지요. 자기가 바라는 대로 아이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 끈을 놓지 않고 가는 것이 희망적인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떻게 되든, 지금 그대로를 유지하든 아니면 더 나빠지든 아니면 자기 바램 대로 다른 아이처럼 완치되든 상관이 없이 그 아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게 긍정적인거지요. 거기에서 그냥 모든 희망이 꽃피는 겁니다.”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할 때 만나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낸 한 여자의 전화를 받았다. 종강을 하며 소감을 나눌 때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리던 두 남자아이의 엄마였다. 아이에게 자신의 자존감을 걸고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아이를 위해 일상을 포기했던 엄마였다.
아이는 모든 것에 다소 속도가 느린 아이였다. 그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앞에 서게 하고 싶어서 엄마는 아이의 일상을 촘촘하게 관리했고 학교공부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과 친구관계까지 혼신을 다해 관리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아이는 탁월함으로 엄마에게 보상을 하지 못했고 엄마는 속이 탔으며 아이의 속도는 더 느려졌다.
내 강의를 통해 엄마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식을 놓아야겠다고 결심을 했단다. 그 후 인연을 가지고 내 수업에 계속 참여하며 좋은 엄마가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대부분의 엄마는 강의를 듣고, 예전에는 참지 못한 화를 참아내고, 대화법을 기억하며 좀 더 부드러운 대화를 시도한다. 아이 위주로 생각하고 아이의 행복을 바라며 최대한 자기의 욕심을 내려 놓으려고 시도하고 가끔씩 그런 자신이 한고비 넘을 때마다 스스로 기특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 자신의 착각일 뿐이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변한다면 인간의 삶이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 노력의 성과는 자신이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이 혼자만의 자기만족일 가능성이 높으며 아이들은 여전히 똑같은 수위의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엄마의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변덕같이 느껴져 더 피곤할 뿐이다.
어쨌든 엄마의 노력으로 아이는 다소 엄마의 거미줄에서 헐거워졌다고 그 엄마는 생각했다. 그 아이가 중학교로 진학 할 때 엄마는 자기의 아이를 아는 아이들이 없는 다른 중학교로 아이를 전학을 시켰다. 대인관계가 어렵고 적응하는 데 다른 아이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서 나는 전학을 심사숙고해보라고 그 전에 조언을 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엄마의 고민이 있었으니 아마도 엄마가 생각하기에 그것이 아이에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중학교 첫 시험을 아이가 잘 보기를 바랬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 다른 아이들이 좋은 이미지를 갖기를 바랬다. 엄마는 매일 아이의 시험공부를 도와주었다.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했다. 심하게 목이 쉬어서 목감기에 걸렸는가 싶어 물으니 아이 시험공부를 설명해 주다 보니 너무 목을 많이 써서 그리 되었다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이 초등학교 때처럼 아이를 잡지도 않고 야단도 치지 않았으며 부드럽게 공부를 가르쳤다며 공부한 보람이 있다고 했다. 또한 엄마랑 공부하는 게 좋다라고 아이가 말했다는 것에 자신의 성장을 확인 받은 듯 기뻐했다.
걱정스러웠다. 매달려 있는 그 줄을 놓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임을 알기에 매달려 있는 그 힘씀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안스러움이 일었다. 그런 중에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창문에서 뛰어 내려 자살시도 하려는 것을 몇 차례 막았으며 퇴행이 와서 유치원생이 되었다고 했다.
내 사무실에 들른 아이는 7살이 되어 있었다. 평화롭고 행복한, 엄마의 간섭이 헐렁한 유치원 아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그 곱던 얼굴에 온갖 감정이 섞인 복잡한 표정이 가득했고 멈추지 않는 눈물로 자꾸 휴지를 집어야 했다.
학교에서 왕따를 한 아이들과의 관계도 잘 정리하고 정신과 치료도 받으며 가정에서도 아이에게 집중하는 등 최선을 다해 아이의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아이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공부도 하고 사회생활도 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묻는 말이지만 바램이자 확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참 모질지. 그렇게 힘든 그녀에게 그건 긍정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던 것이다. 엄마가 자기만의 끈으로 아이를 묶어 옭아매고 잡아 끌고 다니는 이상 절대로 희망적일 수 없다고 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는 것은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공부하고 진로를 정하고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하든 존재 자체로 감사한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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