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아요.
꽃같은 이웃이 나에게 웃으면서 약간 걱정되는 듯, 장난기가 도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어쩌면 좋아, 내가 백화점에 소파를 사러 갔거든요. 소파가 하도 낡아서 바꿔야 할 것같아서 남편에게 얘기하고 백화점엘 갔는데 왜 하필 그게 눈에 띄었는지.. 너무 예쁜거야. 소파를 보는데도 그게 눈에 아른거리고 나를 자꾸 부르는거 있지요. 그래서 나 사고 쳤어요. 소파대신 명품 백을 샀다. 우짜노.."
"그게 소파 백이요?" 내가 물으니 슬그머니 큰 백을 꺼내놓는다. 소파대신 들고 다니는 몇 백만원하는 그 명품 백을 보니 예쁘긴 하다.
"우짭니까? 매일 소파 들고 다닐려면 팔 아프겠네" 했더니 배시시 그녀가 웃었다.
그럴 때가 있다. 예기치 않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벌어지는. 계획에 없던 사건 또는 예상치 못한 엉뚱한 결과, 또는 기적같은 것, 그건 물건을 살때 뿐이 아니다. 어딘가를 방문할 때도 그렇고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경우가 있다.
예전에 성격유형에 대한 강좌가 있어서 참석을 했다. 하루 종일 하는 강좌인데 제법 사람이 많았고 모두 스스로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려는 듯 열심히 공부를 했다. 점심 시간이 되어 각자 함께 온 사람들과 식사를 하러 자리를 뜨는데 혼자 참석한 나는 함께 식사할 사람이 없었다. 물론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이 그리 내겐 생소한 일이 아니라 그냥 혼자 나가도 되었다. 그런데 앞에 앉아 있는 분도 혼자인 것같아 함께 식사하자고 청해서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서로 무슨 이유로 강의를 들으러 왔는지 이야기를 하고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명함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그날로 우리의 인연을 끝이라 여겼다. 그런데 몇 주 후에 모 대학에서 강좌 개설건으로 문의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강좌와 연결해서 함께 일 할 분을 소개 해주었다. 그분이 바로 몇 주전에 성격유형공부하러 갔다가 함께 식사를 한 그 신사분었다.
가끔 일상의 모든 일들의 연결고리를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이 기적이 아닌가,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기치 않은 물건들, 우연하게 만난 사람들, 스치듯 들었던 어떤 정보들,,주위에 그냥 떠돌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들이 내게로 와 나의 일상이 되는 것이다. 문득 김춘수님의 꽃이란 시가 생각난다.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책이란 것도 그러한 경우가 많다. 책을 읽다보면 책 안에서 책을 소개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나는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해 또는 저자를 이해하기 위해 언급된 책들을 굳이 읽어 보곤 한다. 물론 소설로 시작한 것이 어느 철학서로 옮겨가거나 축구관련 책으로 넘어가서 엉뚱한 곳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그 자체로 즐겁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세상들이 반갑다. 책을 읽다보면 다음에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지말고 지금읽은 책속에서 추천을 받아 꼬리잡기식으로 독서세계를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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