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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01.3.15 행운목

by joyljs 2007. 11. 13.
사무실을 오픈했다.
땡빚을 얻어 오픈했다.
설마 망하진 않겠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여기저기서 화분이 들어왔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만한 것이 없었다.
하여 꽃집에 가서 키작은 행운목을 하나 샀다.
우선 키가 작아 안성마춤이었고 무엇보다 화초 기르는데는 젬병인 내게 가끔 물만 주면 절로 잘 산다는 말이 가장 큰 구매 이유였다.

물을 주었다.
꽃집에서 시키는대로 잊지않고 잘 갈아주었다.
행운목은 죽는 법이 거의 없어요. 행운을 가져다 주는 나무니까요.
그런데 이 놈이 말라간다.
어라! 입사귀까지 누렇게 뜨는가 싶더니 완전 가을이다.
나오던 조그만 싹도 끝이 가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끝내 그 자리에서 밀려 나야했다.
푸르름을 보고 배우라고 그 자리를 주었는데 푸르름이 없으므로.

그래도 아쉬웠다.
내가 산건데. 돈은 적어도 그래도 내가 잘 살아보자고 데려 온건데..
그래서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주었다. 한 달, 두 달... 여섯 달이 지났다.

그날 신문 운세난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솟았다. 낙이 뭘까?
사무실에 와서 행운목에게 물을 주는데 뭔가 하얀 실같은 것이 있었다. 놀랬다. 이렇게 큰 기생충이 생기다니, 미치겠네.
자세히 보니, 어라! 뿌리가 옆에서 나온 것이다.
행운목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 나무 아래 위는 니스인지 무언지로 칠해서 싹이 나올수가 없는데 계속 주는 물에 감동을 했는가 아니면 지겹다고 항의하러 나왔는가, 작은 틈새로 뿌리를 내린 것이었다.
아아 오늘의 낙은 이거구나.
그리고는 다른 곳에서 싹이 나더니 옥수수 이파리마냥 쑤욱 잘 자란다. 여섯달 지나 일곱달 만에 나온 뿌리와 싹이 제법 무성하다. 그리고는 청춘마냥 푸르게 푸르게 있더니 지난달 부터 시들하다. 관리탓도 못하겠다. 내 생각에 명이 다한듯 싶다. 3년이 되었으니. 아쉬움보다 고마움이 크다.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행운목이다. 정말 행 운 의 나 무 이다. 고맙다. 너의 지친 잎사귀가 장해 보인다. 고맙다.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친다.
난 출석부 위에 이렇게 써놓는다.
이놈들이 이담에 대통령이 될지 우째 아노!
그리고 행운목을 대했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한다.
그리고 조금 누런 잎이 보이더라도 행운목의 뿌리와 무성한 잎을 생각한다. 저 안에 나도 모르는 뿌리와 씨앗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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