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항상 웃는 얼굴.
항상 신나고 환한 음성
작은키에 뒤뚱이듯 그러나 씩씩한 걸음
금목걸이와 금귀걸이, 금이 잘 어울리는 여자
그렇쟤 하고 말할때 혀가 치아에 가득 닿는여자
앞뒷집으로 만나 벌써 십년이란 세월을 채웠다.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창문 너머로 들으며
차 한잔 하자는 큰소리에 슬리퍼 시일 끌고 가서 차한잔하고
가끔 노래방에 앉아 노래는 안하고 음악틀어놓고 마냥 얘기만 하던 그녀.
훌쩍 집을 나갔다.
남들이 뭐라하던 난 잘했다 했다.
사실 마실가면 장농이 도끼에 찍혀 부서져 있고
어쩌다 저녁에 차한잔이라도 할라치면
여자가 어딜 밤중에 다니냐며 아내는 집에 있어야한다며 묶어두고
본인은 온동네 소문나도록 바람피우며 다니고
대출은 회사마다 모두 받아서 가진 집까지 경매로 넘기고
유능한 마누라가 먹고 살거라고 일하면 돈번다고 남편무시한다며 패기나 하고
도대체 음주가무폭력도박색 무엇하나 빠지지않는 남편에
재주많고 성격좋고 사람좋은 그녀는 시든다.
훌쩍 어느날 서울이라며 전화가 왔다.
내 여기있는거 아무도 모른다. 우리 딸 잘 부탁해.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다. 다음에 내가 전화할께.
결국 자식이 그리워 돌아왔다.
덕분에 빈 자리를 인식한 그녀의 남편이 술주정은 예전같지않고 빚이 많아 이제 풀칠이라도 하느라 바람도 멎은것같단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했다.
여전히 웃으며 내가 바보같쟤?하면서 나도 내가 바보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눈은 웃고 입도 웃고 소리도 웃지만 미간사이에 깊게 패인 두줄의 주름이 왜 자꾸 내눈에 밟히는지..
내가 교육을 잘못받았다.
첫남자에게 몸을 맡겼으면 평생 그집 귀신이 되어야한다고 배운것이 나를 이모양이꼴로 만든것같다.
내가 저 남자 아니었으면 인생이 하다못해 사는 꼴도 달랐을것같다.
내가 지금 버는 돈만으로도 우리 애들이랑 잘 살수 있는데 저 인간때문에 빚갚아가며 쪼들려 산다.
우짜겟노.. 그래도 이제 술주정안하고 바람도 안피고 돈벌려고 애쓰니까 많이 나았다 생각해야지.
요즘은 그런다. 남들 열심히 살다 이제 이나이때 안정을 찾아가며 즐길때
저인간은 거꾸로 즐길것 해볼것 다해보고 이제 헉헉 대고 사는데
나이는 있고 체력은 안되고 요즘은 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인생을 저렇게 사노 싶다.
이게 정인가 보다 그쟤?
가끔은 여자 하나라도 있어서 저인간한테 활력이라도 되어줬으면 하는 맘도 생기는거 있쟤.
사람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어야 생기가 돈다 아이가.
암튼 그 인간 팍 늙은거 같아서 맘이 안�다.
내가 무슨 말를 할까..
문득 이 여자는 이 세상에 남편을 보살필 사명을 갖고 온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음주가무폭력도박색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를 이렇게 바라볼수있겠나..
우리에게 이 세상이, 우리가 사는 인생의 이 인생이 전부일까?
그냥 이렇게 살다 지나가는 이들이 땅위에 모두놓은 반원의 둥근 묘를 무심히 보고 스치는
아무도 아무것도 묻지않는 그런 삶이 전부일까?
그냥 웃고 울고 가슴아파 쥐어뜯으며 때로는 희열에 들떠 소리치던 이 순간들은
내 기억에만, 그것도 띄엄띄엄 남아있는 이 기억들만이 전부인체
몸이 죽고 뇌가 죽고 맘이 흩어지고 그러고 나면 끝일까?
그녀에게 남은 이 웃음웃다 문득 눈가에 고인 눈물 슬쩍 닦아내는 그녀의 손길은 무엇인가?
인생.
삶.
여자.
그녀를 보며 행복하기만 한 내가 새삼 숙연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녀를 바보라고 면박주기보다 나 자신을 숙연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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