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아침에 일어나니 이 시가 맴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어떤 것일까며
대학시절 자취방 구석에 쳐박혀 몇날을 생각하곤했었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늘 머물고 가야할 곳과 때를 안다는 것이
내게는 참 어려운 일같이 여겨졌다.
그냥 마음가는데로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떠난고픈 충동이 일면 그저일어나서 떠나면 그뿐 세상사는게 어짜피 혼자 왔다 가는데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느냐고.. 그래 그 말도 참 옳다했었다.
그러나 살다보니 거미줄 같은 관계속에서 내가 머물곳과 떠날곳을 안다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때로는 잘 몰라서 우왕좌왕할 때가 있다.
오늘 무척 이 시가 떠오른것은 내가 참 좋아했던 한언니의 전화때문인것같다.
:야 내가 아무래도 어머니회장을 더해야겟다. 나야 쉬고 싶지만 학교에서 이렇게 원하니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않겠니. 그리고 네가 민석이 엄마한테 반대표자리를 양보하면 안되겟나 네 아이가 반장이 되어 네가 돕고싶겠지만 아무래도 민석이 엄마가 반대표 연대표도 했으니 니가 양보하면 어떻겠나 싶다"
순간 이 시가 떠올랐다. 할머니가 손자학교에 들어와 삼년을 어머니회장을 했다. 아마 전국에서 이런일이 없지싶다. 참 일을 많이 하셨다. 새로운 문화도 만드셨고 발전적인 일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상처도 많이 뿌리셨다. 원하는 이도 있지만 이젠 좀 뭔가 바뀌길 바라는 이도 많다는것을 모른척하는것같다.
갈때를 분명이 알고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많은 이들이 박수와 존경을 보낼텐데.. 그 무엇이 언니의 발걸음을 막는지 마음이 아프다. 나의 이 시한수가 언니에게는 고마운 시도 아니고 내 애정의 마음도 아니며 그저 어렵게 결정한 것을 네까짓게 뭔데라는 대답으로 올것을 안다. 그런건 한번경험이면 내게 족하다. 그래서 이젠 이 시를 나 혼자 읊는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 분명히 알고 가는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워 눈물이 뒤따르지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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