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첫째와 둘째가 책을 사달라고 조른다. 왠만하면 사주겠는데 오멘을 사달란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라고 해도 자꾸만 사달라고만 조른다.
동생이 왔길래 재영아 지민이가 오멘을 사달란다. 했더니 와 그 무서운 책?을 한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초등학생때였나보다.
그때 오멘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빌렸는지 샀는지 기억엔 없지만 어쨌든 어느 겨울밤에 그책을 펼친것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상상력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표현에 나만의 생각과 독특한 경험이 어우러지면 나만의 대단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다. 천천히 읽고 잠깐 길가다 멈추어 풀잎의 이슬을 보듯 행간에 멈추어 상상의 산책로에 갇히면 그 맛이 이루 말할수 없이 좋다.
그런데 오멘이란 책은 내용도 무섭거니와 글의 전개가 한순간도 맘편한 때가 없다.
너무 긴장을 하고 책장을 넘기다 보니 가족중 누가 와서 툭 쳐도 으악하고놀라는 지경이 되었다.
마침내 아이와 짐승이 눈을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악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찌나 무서운지 눈물이 나서 책을 덮어버렸다.
이야기는 궁금하지, 책을 펼치기는 무섭지, 안읽을수도 없고 읽자니 너무 무섭고 오도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동생을 옆에 불러놓고는 꼼짝말아며 다시 책장을 폈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도저히 읽을수가 없엇다.
내 이런 모습이 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나보다.
내가 책을 덮고 난 후 동생 재영이가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애가 엉엉 울고 있는것이다.
왜그러냐니가 너무 무섭다며 책을 못만지겠으니 책장을 넘겨달란다.
내가 얘기 해준다고 하니 아니란다. 자기가 읽어야 하는데 아무든 글씨가 손에 묻어서 안떨어지면 안되니까 나보고 책장을 넘기란다. 그래서 울면서 동생은 책을 읽고 나는 옆에서 책장을 넘겨 주었다.
참 지금생각하니 진풍경이 아닐수 없다.
어쨌든 그 후로는 그 책 제목도 무서워서 책제목이 보이지 않게 거꾸로 꽂아놓았다.
나중에 그 책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 있어서 보았는데 그다지 재밋지가 않았다. 그 영화의 약간의 시시함 덕분에 그동안의 무섭게 기억되었던 느낌이 조금 덜해져서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고나 할까..
어쨌든 내게 있어 그런 책을 사달라니 왠지 마음이 찜찜하다.
딸들도 공포영화같은 것을 좋아한다. 무섭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영화도 보고 책도 보면서 무섭다며 호들갑을 떤다. 이 책을 사주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동생과 나는 제발 빌려서 보라고 하는데 말을 듣지않는다. 이런 우리들의 반응때문에 딸들의 오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더욱 조르기를 강화하고 있다. 우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