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기가 있어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더니 밥이 없다.
서둘러 밥을 했는데 완성 십분전.
학교 갈 아이 깨우긴 했는데..
스테이크를 살짝 구워서 잘라 다시 야채랑 버터에 살짝 구웠다.
요리 시간이 밥되는 시간보다 빠르다.
물 한잔, 야채와 스테이크, 유산균 그리고 사과.
아침 상이다.
이러저러해서 스테이크 구웠다하니 불만스런 표정의 아들.
조금 달라더니 다 먹었다.
좀더줄까?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웃기지?
그 신호에 신바람나서 몇 점 신나게 접시에 올려 준다.
오물오물 ...먹는 아들 녀석을 바라보다 문득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일찍 출근하는 딸 아침 먹으라고, 죄인처럼 조심스레 권하셨었다.
속부대낀다하면 하얀 밥을 끓여서 포근한 맛을 만들어
엄마 입으로 식혀서 한 입만이라도 먹고 가라셨다.
조반 먹는 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인심 쓰듯 먹고 나온 날들.
엄마는 안 먹으면 내손해인데
왜 굳이 저렇게 쩔쩔 매며 출근하는 딸 손목잡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일려고 했을까..
이제 맛있게 오물거리며 먹는,
아니 먹어주는 이 고마움을 느끼며 아니 느껴지는 고마움 앞에서 지금에야 겸손해지며 엄마가 헤아려진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 바다로 모이고
사랑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흘러
아직도 모이지도 고이지도 않는다.
사랑은 고이지않는다. 계속 흐를뿐.
가끔 이렇게 가슴에 물웅덩이 마냥 있어서 시간을 넘나들게할 뿐.
빈 접시가 고마운
울엄마의 이른 아침 끓인 밥이 고마운
그런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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