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캠프하고 나면 얼마 받아요?
글쎄다 하나도 안남을껄?
버스 임대비가 얼마예요?
20만원.
그럼 이거 간식이랑 입장료 하고 나면 꽤 남겠는데요. 회비를 너무 많이 걷은거 아니에요? 너무 남는 장사네요
글쎄 그런거 같니?
네.
수 년 전에 수정이가 겨울 캠프 가면서 버스안에서 나와 나눈 대화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버스를 빌려 인근 도시의 눈썰매장으로 일일 캠프를 갔다.
버스 빌리고 떡을 하고 과자 음료수 과일을 준비하며 최소의 비용을 청구해서 가는 길이었다.
어떤 학원은 캠프하면서 필요비용에 약간의 여유분을 청구해서 이윤을 남긴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 나들이 가는데 떡이나 과일 정도는 원장인 내가 한턱 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외의 비용만 저렴하게 청구를 한다. 그런 내맘도 몰라 주고 수정이는 아이들 숫자와 회비를 곱하고 버스대여비와 간식비를 계산하여 뺄셈을 하고 있었다. 함께 한 선생님은 무슨 아이가 저렇게 맹랑하냐며 기분을 언짢아했다. 나는 돌아오는 길의 수정이의 표정이 보고 싶어서 내심 장난기 발동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을 기대했다.
수정이는 퉁명스러운게 매력인 아이였다.
무언가를 물어 보면 네 아니요가 아니고 아닌데요, 그런데요 하는 식으로 반항기가 가득 묻은 분위기로 대답을 했다. 처음에는 그런 그 아이의 말투나 어휘가 신경이 쓰이고 다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내 마음 한 구석을 떼어 놓고 대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수정이의 그야말로 말투지 화가 났거나 무례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부터는 신경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이나 처음 대하는 아이들은 무척 언짢아하기도 하고 '나를 싫어하나'는 생각에 이유없는 적대감을 갖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노라고 중간 설명을 하느라고 내가 애를 쓰곤 했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준비한 간식을 나누어 주었다. 신나게 노느라 점심 먹은 배는 푹 꺼진지 옛날라 과일과 떡과 사탕과 초콜릿등을 아이들은 신나게 먹었다. 수정이도 간식을 조심스럽게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가서 물어보았다.
수정아. 계산하고 있나? 어떤고? 내가 캠프 데려오면서 너무 남는 장사 하는 것 같나?
아니요. 계산 해보니 얼추 똑 떨어지는 것 같네요.
이런 대화로 내 마음이 상한 것은 아니었다. 맹랑하다고도 느끼지 않았다. 단지 수정이가 돈에 대한 관심이 많고 궁금해 한다고 여겼다. 전에도 수정이는 그런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로 질문이 많았다.
선생님 이거 학원 하는데 얼마 들었어요?
선생님 애들 회비 받아서 뭐하세요?
회비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월급은 얼마에요?
세금도 내나요?
한 달에 얼마 남아요?
노골적이고 아주 기초적이며 직설적이고 그래서 당황스런 여러 질문에 적정한 선에서 대답을 해주었곤 했다. 그런 대화 속에서 나는 수정이가 그런 분야에 관심이 많고 공부할 분야가 경영 쪽인것 같아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등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또한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같은 책을 추천하며 그런 책을 읽으면 네 관심사와 연결이 되어 도움이 될거라 일러 주었다. 수정이 엄마와도 전화를 해서 수정이에게 책을 사주거나 포트폴리오게임 같은 것을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언젠가 어느 고등학생이 경제에 관심이 많아서 주식투자, 사업경영 자료를 제출해서 모 대학에 우선 선발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수정이도 그럴 재주가 다분했기에 그런 사례를 안내 해 주었다.
항상 만나도 보는 둥 마는 둥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수정이는 뚱했다. 별로 웃지를 않았는데 어쩌다 아주 가끔씩 있잖아요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는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서툴게 웃는 모습이 오히려 내겐 낯설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원을 그만두고 수정이를 잊을 만하면 일년에 한 번 씩 메일을 보내왔다.
메일에 적힌 글에도 그 녀석의 퉁명한 뉘앙스가 살아 있었다. 아직 이 메일을 쓰실려나 하는 말로 시작하는 그 아이의 글이 생각난다. 시니컬하게 별 관심없는 듯이 자기의 일상을 마치 내가 읽거나 말거나 하는 투로 조금은 길게 일상을 보내왔었다. 그 뒤에 있는 그 아이의 마음. 그걸 나는 정이라 부른다. 그리고 함께 하면서 들릴락 말락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그 아이의 목소리에서 수줍은 정을 느꼈었고 어쩌다 책상에 놓고 가는 사탕에서 그 아이의 달콤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수정이는 정이 많은 아이임에 틀림없다. 지금쯤 어디에서 그 탁구공 마냥 튀는 듯한 매력으로 누군가와 즐거운 수다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영학과 심리학 둘 중 고민을 했노라며 했던 것도 같은데...자기의 끼를 살려 '돈'과 관련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어떤지 새삼 궁금해진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가 수정이가 자주 하는 말이라 했다. 오늘도 열심히 걷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