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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01.4 7198번을 읽고

by joyljs 2007. 11. 13.
어릴적 막걸리에 설탕을 약간 넣어 마시곤 했다.
아니면 막걸리에 밥을 말아 드시던 할머니 옆에서 제법 몇 술 떠본 적도 있었다. 그때도 취했던가?

처음 술을 접한건 대학 1년 여름 방학을 마치고 2학기 들어가기전 고향선배가 한잔 산다고 해서였다. 예비역인 선배와 그 선배의 같은 과 친구와 몸무게 미달로 방위를 받아야했던 선배와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노을이 흐릿해지고 전등불이 본격적으로 밝아지기 시작한 즈음에 둥근 테이블에 고기 구워가며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난 왜인지 술 냄새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마셨다. 소주 반잔. 그런데 조금 후에 고기가 젓가락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거다.
선배님. 고기가 자꾸 떨어져요.
바람 좀 쐬고 와라.
네.
일어서는데 뒤로 넘어졌다.
우당탕탕.
놀란 선배들. 약국으로 뛰어가서 한 선배는 약을 사오고 나머지 선배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쏘여준다.
이상하다? 내가 그리 술에 약한 편은 아닐텐데...
그 뒤로 선배들은 내가 술에 알레르기가 있을정도로 약한 줄 안다. 내가 소주 몇병을 헤치우는 경지에 이르렀을때 조차 그 선배님들의 배려가 맘에 들어 끝까지 술을 못하는 척 했다.

그 후로 난 내 주량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실수를 피하거나 예방하려면. 그래서 어느날 새우가 들어있다는 깡을 하나 사고 소주를 하나 사고 방에 들어앉아 음미하며 마셨다. 한 잔은 좋았다. 내가 제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잔은 좀 썼다. 세 째 잔부터는 .. 기억에 없다.

일어나니 새우가 들어있는 과자는 바다인줄 알고 여기저기 헤엄치듯 돌아다니고, 술병은 방문 앞에, 소주잔도 취했는가 방구석에 누워있고 난 길가에 그대로 옮겨놓으면 영락없는 부랑아로 누어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고 위험하며 헛된 그야말로 짓을 했지만 그땐 내 주량을 알아낸듯 기뻤다.

그러나 어떤 것은 경험속에 숙련된 조교가 되는가!
나의 주량은 동기들의 하루가 멀다하고 모인 술자리에서 연마되어가서급기야는 낙주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애주가는 되지않았을까 싶은 경지에 이르렀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어느집에 모인다거나 어느 선배 자취방에 알콜성있는 모임이 있다면 문어다리 사들고 가서 앉았다. 생각해보면 술은 한 잔도 못 얻어먹고 그저 잔 심부름만 열심히 해댄것 같다. 그러나 그 알콜성 있는 말투와 언어와 이야기들이 좋았다. 별 희한한 얘기가 다 나오고 웃고 가끔 주먹도 번개처럼 오가기도 하고. 그게 참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쫓아다녔다. 내 인생에 그 처럼 진솔하고 객기어리고 낭만적이며 인간적인 만남은 더 없을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그다지 변함이 없다.

사회에 나와서도 제법마셨다.
여자라서 라거나 하는 내숭하고는 거리가 삼천리정도 되는 나이기에 편하게 남녀구분없이 어울렸던것 같다. 그러나 역시 한계가 왔다. 아기다. 내 안에 있는 아기에게는 먹일수가 없기때문이다. 그리고는 나의 술들은 멀어지고 맛도 흐릿해지고 알콜성의 모든 것은 추억이 되었다. 가끔은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긴 한다. 무언가 짱하니 시원한게 생각나면 작은 맥주를 사서 마신다. 캔은 맛이 없어 병을 산다. 뚜껑도 핑 돌리면 따지고 컵이아닌 병으로 마신다는... 그러나 병 를 셀수는 없다. 기껏 한 병정도니.

아줌마가 되고보니 예전같은 술친구는 찾기가 어렵다.
남편도 맥주보다는 사이다나 환타를 좋아하고 보니, 술이란 그저 목을 축이고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나 될까? 가끔은 철없이 마시던 그 때가 그립고 그 친구들이 너무 그립다. 얼굴 붉어도 부끄러운줄 몰랐던 그때 그 놈들. 나이가 들면 내 딸애들과 아들과 마시기를 가끔은 바라고 있다. 그럼 남편은 그런다. 참 조으은 엄마다.

그저 천원만 내면 신발 밑창이 닳도록 춤을 출수도 있었던 디스코텍이 있었고 그리고 생맥주가 맛있었던 그 때. 가끔은 정말 그 때가 그리고 그때의 겁없던 나의 객기어린 젊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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