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라고 참기름이며 비누세트며 선물이 조금조금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전해져 오는 선물은 나를 당황케 한다. 다시금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내가 그에게 해 준것도 없는데..하는 미안함마저 여리게 번진다. 답례로 나도 무얼해야겠는데 마땅한게 떠오르지않는다. 그래 다음에 적당한 기회가 있겠지하고 기억에 넣어둔다.
친한 언니가 참기름을 건넨다. 그래 설선물은 이런게 폼나지 싶다. 언니야 고맙다. 치솔과 치약이 예쁘게 들어있는 선물세트도 명절 선물답다. 마침 치솔이 필요한지라 아이들이랑 남편이 자기맘에 드는 치솔을 하나씩 들고 신나한다. 선물이란 이렇게 사람을 즐겁게 하는구나. 자그마한 귤 한상자가 배달되었다. 누구 엄마의 메모가 있다. 없는 살림에 뭐 이런걸 보내셨누. 시부모님 모두 암으로 병석에 누워 병원비다 약�이다 십원이 아쉬울텐데.. 가슴이 메인다. 해준것도 없구만 잊지않으니 혹시 내가 무슨 부담 준일이 있나 싶어 마음이 오히려 무겁다.
남편이 뭔가 들고 들어오며 마누라 이거 하나에 백원씩에 사라한다. 뭐지? 곶감이구나!! 난 곶감을 좋아한다. 곶감을 원없이 먹을수있게 선물받아보는게 작은 수망 중의 하나였다. 무슨 소망이 그렇게 작냐고 하겠지만 곶감먹자고 몇만원씩 투자한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내 작은 소망목록에 하나 써 넣은것이었다. 드디어 소망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예쁘게 포장된것을 쉽게 뜯어내진 못한다. 얼른 어머님 아버님께 선을 뵈고 먹어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들어온 과일이며 선물들을 한 아름 들고 옆집 시댁에 간다. 올해는 유독 빨리 가고 싶다. 곶감을 빨리 먹어야 하니까..
어릴 적 설이면 서울에 사는 큰아버님 가족이 내려오셨다. 사촌 언니는 나이차도 많아서 이미 한국은행에 직원으로 일을 한 때였다. 시골에 사는 우리에게 서울 손님은 하나의 자랑거리였다. 언니는 샤브레과자를 한아름 사오곤했다. 시골에 새우깡 고구마깡 그리고 라면땅같은 과자만 있었던 우리에게 그건 아주 고급스런 선물이었다. 종합선물세트같은 것은 그야말로 탄성이 나오는 선물이었기에 예쁜 포장지조차 버리지 않고 오래고 간직할 정도였다. 언니덕에 명절이면 우린 신권 지폐를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지폐건만 신권은 왜 그리 더 값지고 쓰기 아까웠던지. 책갈피에서 오래도록 보물처럼 머물곤 했다.
선물이 오간다.
그런데 가끔 선물보다는 지폐가 더 빨리 오가고 그게 더 쓸모있게 여겨지곤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돈으로 오가는 선물은 남는게 없다. 낮에 다섯살 된 아이가 자기가 입은 옷은 이모가 산 준것이라며, 돌에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인이 직접 받은 것인양 이야기를 한 것이다.아이의 모습을 보고 선물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구나 싶어 다시금 생각이 그 옷자락에 머물었다. 사실 선물을 마련하자니 조금 생각이 복잡하다. 너무 작아보이는 것은 아닌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등 생각이 붕붕 떠다닌다.
며칠 전에 동생이 전화를 했다. 아이들 설빔을 사서 보내려 하는데 어떤게 좋겠냐고. 없는 살림에 무슨 신경을 쓰냐고 했더니 친정 아버지께서 백만원을 주시면서 당신 손주들 옷 한벌씩 사서 나누라 하셨단다. 그동안 지켜온 농토가 재개발되는 바람에 올 겨울이 마지막 농사라며 언제 늙은이가 돈을 벌겠냐고, 마지막으로 사주는 것이라며.... 농으로 우린 현찰로 보내라 했더니 동생이 아빠말씀으로는 선물이 아니면 보내지도 말라고 하셨단다. 돈은 선물이 아니라며.. 당신 마음에 손주들 몸에 당신의 마음과 흔적이 묻어있기를, 오래도록 묻어있기를 바라신것 같다. 나는 지금 외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세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 기다림은 얼마나 가슴이 설레는 것이며 기대에 찬 것인지 보채는 소리가 오히려 즐겁다.
명절이면 난 양말을 주고 받고 싶다.
어릴적 명절이 다가오면 소박한 시골살림에 엄마는 오일장에 미리 다녀오시며 우리들 양말을 설빔으로 준비하셨다. 설 아침에 일어나 새 양말을 신는 그 기분은 얼마나 좋은지.. 한때는 새 양말에 새 희망을 담아 열심히 뛰어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가끔은 시어머니께서도 양말을 주신다. 그럼 현금든 봉투보다 더 고맙고 신난다. 어릴적 기억은 이렇게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한다. 마음을 담은 수줍게 오가는 양말같은 그런 선물을 많이 받고 싶다. 마음을 담아 정이 오가는 선물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양말 한 켤레에서 탄성을 지르게 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고 싶다. 내가 행복하듯이 아이들에게도 행복지수를 높혀주기위해 궁리를 해야겠다.
곶감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어 너무 좋다. 모든 사람이 명절 동안 설렘과 감사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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